"시·도교육청 부담 크게 증가"
별도 재원 조달 방안 밝혀야
교부금법 개정, 국고 투입 등
AI(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되는 향후 4년간 각 시·도교육청이 부담해야 하는 구독료가 최대 6조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현재 디지털교과서 검정절차가 진행되고 있으며 교과서 당 가격과 정확한 예산 규모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21일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김범주 조사관은 17일 발간한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따른 지방교육재정부담 전망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향후 4년간 AI 디지털교과서의 구독료 규모는 (최대) 총 6조6156억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는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으로 시·도교육청 등의 교육재정이 대규모로 투입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정부는 동 사업의 재정소요 규모를 산정해 밝히지 않고 있다"며 "AI 디지털교과서의 책당 가격은 12월에나 확정될 것으로 시·도교육청의 2025년 예산안의 제출시한이 11월까지인 점을 감안할 때 AI 디지털교과서 구독료를 비롯한 관련 사업예산을 편성하지 못해 예산 확보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앞서 교육부가 발표한 계획에 따르면 AI 디지털교과서는 내년부터 초등 3·4학년과 중등 1학년, 고등 1학년을 대상으로 영어·수학·정보·국어(특수교육) 등 과목에 도입된다. 3년 뒤인 2028년에는 국어, 사회, 과학, 역사 등 전 과목에 적용될 예정이다. 현재 내년부터 도입되는 AI 디지털교과서 18책의 검정 절차가 진행 중이다. 지난 9월24일 본심사 결과가 발표됐으며 다음달 29일에 최종 합격 명단을 공고할 예정이다.
김 조사관은 내년 교육부 예산안의 교과서·지도서 구입 지원 금액이 전년 대비 인상된 것을 통해 AI 디지털교과서의 구독료 소요 금액이 대폭 오를 것임을 예상했다. 교과서의 경우 시·도교육청이 예산을 집행해 각 학교에 직접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는 "2025년 교육부 소관 예산안의 국립학교 교과서·지도서 지원 금액이 전년 대비 70.7% 증가했다"며 "전년 대비 인상된 예산 금액에는 AI 디지털교과서의 구독료로 소요되는 금액이 대폭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 예산안에 따르면 교과서 관련 비용으로 39억4700만원이 편성됐다.
하지만 보고서는 "내년 AI 디지털교과서는 학년별 3개 과목만 도입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 가격이 서책형 교과서에 비해 매우 높게 책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디지털교과서의 책당 월 구독료를 최소 4000원에서 최대 8000원 범위 내로 추정했다.
이를 통해 재정소요 시나리오를 전망했을 때 2025년부터 2028년까지 4년간 구독료로 최소 1조9252억원에서 최대 6조156억원의 추가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다. 김 조사관은 "별도 재원 조달 방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시·도교육청 교육비특별회계 편성의 자율성을 제약하거나 지방교육의 특수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특히 추계 결과를 고려할 때 교육부가 AI 디지털교과서의 책당 가격으로 고려하고 있는 대강의 범위를 포함해 동 사업의 재정소요 추계를 밝히지 않고 있는 점이 반드시 지적될 필요가 있다" 우려했다.
그러면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상 유효기간을 연장하거나 부칙에 따른 일몰 규정을 삭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 경비를 증액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특별교부금 한시 특례 제도를 폐지해 보통교부금 재원을 추가 확보하거나 국고 투입 등을 통해 신규 사업비를 편성할 필요도 있다고 제언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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