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 이후 첫 공식 석상
한강 작가 "일상이 이전과 그리 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한강 작가"내년 상반기 신작으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가 17일 포니정 혁신상을 수상했다. 노벨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이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서 소감을 밝혔다.

포니정재단은 1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타워 포니정홀에서 ‘제18회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을 개최하고 올해 수상자인 한강 작가에게 시상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한강 작가와 포니정재단 설립자인 정몽규 이사장, 고 정세영 명예회장의 부인 박영자 여사 등이 참석했다.
한강 작가는 시상식에서 “1994년 1월에 첫 소설을 발표했으니, 올해는 제가 작품활동을 한 지 꼭 삼십 년이 되는 해"라며 "긴 시간 동안 제 소설을 만나주신 독자들께, 편집자와 출판사들에, 동료 작가들께, 그리고 늘 지켜봐 준 가족에게 감사를 전한다. 또한 수상자로 선정해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강 작가는 "노벨 위원회에서 수상 통보를 막 받았을 때 현실감이 들지는 않았다. 전화를 끊고 언론 보도까지 확인하자 그때에야 현실감이 들었"며 "무척 기쁘고 감사한 일이어서, 그날 밤 조용히 자축을 했다. 그토록 많은 분들이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주셨던 지난 일주일이 저에게는 특별한 감동으로 기억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한편으로 이후 제 개인적 삶의 고요에 대해 걱정해주신 분들도 있었는데, 그렇게 세심히 살펴주신 마음들에도 감사드린다"며 "저의 일상이 이전과 그리 달라지지 않기를 저는 믿고 바란다"고 했다.
한강 작가는 "제가 쓰는 글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는 사람이니,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계속 써가면서 책 속에서 독자들을 만나고 싶다"며 "지금은 올 봄부터 써온 소설 한 편을 완성하려고 애써보고 있다. 바라건대 내년 상반기에 신작으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소설을 완성하는 시점을 스스로 예측하면 늘 틀리곤 했기에, 정확한 시기를 확정지어 말씀드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정몽규 포니정재단 이사장은 "한강 작가는 1990년대 초반 문단에 등장한 이후 꾸준한 작품활동으로 국내는 물론 세계 독자들의 폭넓은 사랑을 받아왔다"며 "언어와 소재의 한계에 얽매이지 않고 매번 새로운 작품을 통해 독자에게 감정의 진폭을 불러일으키는 한강 작가의 문학적 혁신과 도전의 행보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한강 작가는 1970년생으로 1993년 시 '얼음꽃'을 발표한 후 이듬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며 본격적으로 문단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흰', '작별하지 않는다' 등의 작품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깊이 있게 성찰하고 감정을 섬세하게 드러내는 표현력으로 국내외에서 찬사를 받아왔다. 한강 작가는 국내 최초로 2016년 영국 부커상, 2023년 프랑스 메디치상을 받았다. 지난 10일 국내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해 세계 문학계에 한국문학의 위상을 드높였다.

포니정 혁신상은 현대자동차 설립자인 고 정세영 HDC그룹(전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애칭인 '포니정'에서 이름을 따 지난 2006년 제정됐다. 혁신적인 사고로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킨 개인이나 단체를 선정해 상금 2억 원과 상패를 수여하고 있다. 반기문 UN 사무총장, 김연아 피겨스케이팅 선수, 조성진 피아니스트, 김하종 사회복지법인 안나의 집 대표, 황동혁 영화감독 등이 혁신상을 수상했고 지난해에는 박항서 전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이 받았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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