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정(군사용 배) 안에 소화계통 배관이 파손됐을 때 승조원의 개입 없이도 자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최초로 개발됐다. 이 기술은 조선업 현장에서 검증을 마쳐 향후 차기 구축함, 소해함 등 각종 함정에 실제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기계연구원(이하 기계연)은 정병창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스마트 밸브 시스템’을 개발, HD현대중공업이 건조 중인 3200t급 함정에서 성능 검증을 마쳤다고 17일 밝혔다.
이 시스템은 인구감소에 따른 승조원 공백 문제를 해결하고, 함정 손상통제의 자율화에 기여하기 위해 개발됐다.
함정 손상통제는 함정에서 화재, 침수 등 피해 상황이 발생했을 때 피해 확산을 방지·복구해 함정과 승조원의 안전을 지키는 활동을 말한다.
스마트 밸브 시스템은 해수 소화계통(바닷물 이용 소화 시스템) 전반에 다수 설치돼 작동한다.
관련 시스템을 상용화하기 위해선 실제 운용 중인 함정에서 다양한 상황을 가정한 대응 데이터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시험용 함정이 없어 민간에서 개발한 기술을 함정에 설치해 데이터를 수집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연구팀은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하는 함정의 해수 소화계통에 스마트 밸브 시스템 시제품을 설치하고, 배관 파손 상황을 모사해 자율 사고 대응 성능을 검증했다.
특히 이번 연구는 기계연·HD현대중공업·㈜비와이·부산대 등 산학연이 협력해 현재 건조가 진행되고 있는 함정에서 민간 기술을 검증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정 연구원은 “기계연이 개발한 스마트 밸브 시스템은 석유, 화학, 발전, 해양 플랜트 등 산업 현장의 배관 시스템에도 적용할 수 있다”며 “무인화된 지능형 선박 운용과 사고 대응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무인함정 등 미래 국방과 해양 모빌리티 산업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와 방위사업청의 지원을 받아 민군협력진흥원에서 수행하는 민군기술이전사업을 통해 수행됐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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