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獨 국채 금리 격차 7월 이후 최대
골드만 "200bp까지 벌어질 것"
유럽 경기 침체가 심화로 유럽중앙은행(ECB)이 오는 17일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 국채 간 금리 격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15일(현지시간) 미국과 독일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 격차는 180bp(1bp=0.01%포인트)를 넘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는 지난 7월 이후 최대치로 벌어진 것이다. 최근 미국 국채 금리는 상승했지만, 독일 국채 금리는 소폭 오르는 데 그친 영향이다. 국채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사이먼 블런델 블랙록 유럽기본채권공동책임자는 "이러한 시장 역학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미국과 독일 국채 금리 격차가 200bp까지 벌어질 것으로 본다.
이는 엇갈린 경제 전망의 영향이다. 지난달 미국 일자리 시장은 강력한 양상을 보였다. 미 노동부는 9월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25만4000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31만명을 기록한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실업률도 4.1%로 전월 대비 0.1%포인트 하락했고, 전문가 예상치(4.2%)를 하회했다. 오는 17일 발표를 앞둔 미국 9월 소매판매 지표도 경기 호조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BoA 등 월가 일각에서는 지난달 소매판매가 0.8% 증가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소매판매까지 예상을 웃도는 결과를 보이면 미국 경제가 침체 없이 성장을 지속하는 노 랜딩(무착륙) 전망에 힘이 실리게 된다.
반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경기는 침체 국면이다. 9월 유로존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6으로 전달(51) 대비 하락했다. PMI는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 밑돌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독일 재무부는 최근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0.2%로 하향했다. 지난해 -0.3% 성장을 기록한 데 이어 2년 연속 역성장이다. 프랑스는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세금을 인상하고 정부 지출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ECB가 오는 17일 미 연방준비제도(Fed)에 앞서 올해 세 번째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Fed는 지난달 금리를 50bp 인하하며 통화 완화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고용보고서 발표 이후 급격한 경기 침체 우려가 잦아들며 시장에서 11월에도 금리를 50bp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사라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스페인, 이탈리아 경제가 성장하면서 유로존 경기가 활기를 띨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로이드 해리스 프리미어 미톤 인베스터 채권 책임자는 "유럽 데이터는 괜찮고 실제보다 활기를 띠고 있다"며 시장이 너무 많은 금리 인하를 반영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미국과 독일 간 국채 금리 격차가 확대되면서 다른 자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로 몰려들며 달러 가치가 상승하고, 유로화는 2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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