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정책연구원 연구보고서 제안
공시와 불공정거래행위 규제, 영업행위 규제 등을 위반한 시중은행과 증권사를 상대로 한 집단소송이 급증하는 가운데, 여러 개의 관련 소송이 법원에 동시 접수된 경우 비슷한 쟁점의 소송은 1개의 재판부에 배당해 심리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법정책연구원(원장 박형남)이 최근 발표한 ‘금융투자자 보호를 위한 집단적 피해구제절차 개선방안’ 연구보고서를 집필한 권미연(41·사법연수원 38기) 창원지법 부장판사는 “증권집단소송법이 적용되는 사건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원칙상 대부분의 금융투자소송은 개별적으로 진행된다”며 “그런데 다수의 소송이 동시에 접수되는 경우에는 해당 소송뿐 아니라, 다른 소송까지 지연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키코 사건,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건과 관련해 실제 은행 및 증권사의 위반 행위에 대해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등에서는 원고가 수천 명에 달한다. 이 때문에 이러한 사건을 심리했던 재판부들은 업무 과중을 겪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 관련 사건의 경우 원고의 수가 1700명이 넘었는데, 첫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제기된 것은 2015년경이었지만 재판부에 따라 지난해까지 미확정된 사건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 부장판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통 쟁점 사건을 집중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 재판부가 선행 소송을 대표해 진행하는 방법 △한 재판부가 관련 소송을 병합하는 방법 △다수 재판부가 변론기일을 공동으로 진행하는 방법 등을 제안했다.
한 재판부가 선행 소송을 대표해 진행하는 방법에 대해선 “현재 법원 실무상으로도 선행 사건의 결과를 기다리는 경우가 종종 있어 재판부나 소송대리인의 입장에서 익숙하고, 공통 쟁점에 대한 증거조사와 관련 비용이 1회만 지출돼 경제적이라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권 부장판사는 “모든 소송을 한 재판부에 재배당 또는 이송한 후 병합하거나 병행해 심리하는 방법은 소송비용이 절감돼 소액 피해자의 소송 참여를 유도하는 효과도 있고, 재판부별로 결론이 달라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다만 관점에 따라선 사회적 파급력이 큰 집단적 금융투자 소송을 하나의 재판부가 전부 담당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수 재판부가 변론기일을 공동으로 진행하는 방안은 사건을 재배당해 병합하지 않고 동일·유사한 쟁점에 대해 변론기일을 공동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지난 2022년 11월 대우조선해양 사건을 담당한 서울고법 민사14부(당시 재판장 김종우, 이영창·김세종 고법판사)와 민사 18부(당시 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 민달기·김용민 고법판사)가 진행한 ‘공동 심리(Joint Hearing)’와 유사한 방식이다.
당시 재판부는 “공동 심리의 목적은 동일·유사 쟁점을 갖는 다수의 사건이 다수의 재판부에 분산된 경우, 재판부의 독립성을 기본으로 하되 공동 심리에서 제시된 여러 법리와 쟁점을 재판부가 공유해 보다 충실한 심리를 통해 재판 신뢰를 높이고자 함”이라며 “공동 심리는 재판의 심리를 공개하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제57조에 근거해 참여하는 재판부가 서로 상대 재판부가 진행하는 공개된 심리를 실시간 참관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해당 재판의 대리인으로 참여한 한 변호사는 “다른 사건이더라도 같은 쟁점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더 집중적이고 효율적으로 변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수현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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