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치료 받는 부사관, 3년새 두 배 늘어
군 문화·부사관 처우 개선 필요 지적 나와
지난 5년간 군대에서 병사가 아닌, 부사관이 가장 많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사관도 늘고 있어 이들의 처우와 군내 문화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실이 국방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 8월까지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에서 284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올 1~8월에는 41명이 극단적 선택을 해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도 지난해 60명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직군으로 보면 부사관이 많았다. 지난 5년간 127명의 부사관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병사(100명), 장교(35명), 군무원(17명)보다 많다.
정신건강 치료를 받는 부사관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군 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 외래 진료 건수는 2021년 3만4781건에서 2023년 4만1493건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병사의 경우 2020년 3만9132건에서 2023년 4만1493건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부사관은 같은 기간 1956건에서 3566건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부사관들은 진급과 관련된 압박, 경직된 내부 문화 등으로 내부 문제를 외부에 드러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2021년 5월 고(故) 이예람 중사는 상사의 성추행과 군의 부실 대응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중사는 부대에 피해를 신고하고 회복을 요구했지만, 오히려 회유와 2차 가해를 당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당시 노모 준위는 이 중사로부터 성추행 피해 사실을 보고받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에게 다 피해가 갈 것이다. 너도 다칠 수 있다"고 협박했다.
부사관 처우 개선의 필요성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내년 병장의 월급은 올해보다 20% 늘어난 150만 원이지만, 하사 기본급은 3% 오른 193만 원에 그친다. 병장이 자산 형성 프로그램인 내일준비지원금 55만 원을 추가로 받으면 월급이 200만 원을 넘어 부사관보다 더 많아질 수도 있다. 정부는 내년 국방 예산에 노후 간부 숙소 개선 등을 위해 6048억 원을 편성했지만, 근본적인 대우 문제에 대한 지적은 이어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부사관에서 이탈하는 인원도 늘어나는 추세다. 국방부에 따르면 올 1~9월 육군에서 전역한 부사관 수는 3170명이지만, 하사로 임관한 부사관은 1280명에 불과했다. 부사관 경쟁률도 감소하고 있다. 2019년 4.9대1에서 2023년 1.8대1로 줄었다.
추 의원은 "부사관의 높은 자살률과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현황을 개인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며 "각종 실무를 담당하며 군의 '허리'라고 불리는 핵심 인력인 부사관의 처우 개선과 정신 건강 관리를 위해 국방부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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