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품이 많이 드는 국어교육 필요해
어른이 책 읽어야 아이들도 보고 배울 것
한글날(9일)을 앞두고 학생들의 문해력 부족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신지영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시발점' '이부자리' 등 논란이 되는 단어들만으로 문해력을 측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일상에서 자주 쓰지 않는 단어들이 아니다. 어휘력이 부족한 것이지, 어휘력이 부족하다고 문해력까지 부족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어란 시간에 따라서 많이 사용하기도 하고 없어지거나 새로 만들어지기도 한다"면서 "아이들이 해당 단어를 당연히 알 거라고 생각하는 게 어른들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전국 5848명의 초·중·고 교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생 문해력 실태 교원 인식 조사'에서 교원의 절반가량이 학생의 10명 중 2명은 문해력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5000여명 이상의 교원이 학생의 문해력이 부족해 당황했거나 난감했던 사례로 꼽은 것으로는 '두발 자유화 토론을 하는데 두발을 두 다리인 줄 알았다', '사건의 시발점(始發點)이라 했더니 선생님이 욕하냐고 말했다', '금일을 금요일로 착각했다', '왕복 3회라고 했는데 왕복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부자리를 별자리로 생각한다' 등이 있다.
신 교수는 1980년대 신문기사를 예를 들었다. 그는 "모 대학 교수가 발표한 논문인데 요즘 대학생 국어 능력이 심각하게 떨어진다는 내용"이라며 "요즘 아이들 문해력 떨어진다는 얘기는 90년대에도 있었던 얘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년 기준 40% 조금 넘는 어른들의 독서율을 언급했다. 신 교수는 "부모 세대를 보면 40대부터 독서율이 확 떨어진다"라며 "어른들이 책을 읽어야 아이들이 보고 배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 교수는 학교 교육이 우리가 지향하는 교육의 목표와 합일돼 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해력 능력을 위해 실질적으로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의 기능 교육을 더 많이 해야 한다"라면서 "품이 많이 드는 국어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언어생활이 옷을 입는 것과 비슷하다고 했다. 신 교수는 "쓰기나 말하기를 할 때 아이들이 어떤 단어는 어떤 상황에서 쓰는지 알아야 한다"라면서 "이 옷은 이럴 때 입는 것이 아니고 이럴 때는 저런 옷을 입어야 한다고 구체적인 이유까지 설명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진선 기자 car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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