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근 전 호서대 교수
"퇴직하자마자 ‘이제는 좀 쉬자’고 하면 나중에 다시 일하기가 쉽지 않다. 지속적으로 일을 하면서 휴식과 병행해야 한다."
박정근 전 호서대 교수(69)는 대학에서 24년 6개월간 체육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정년퇴직했다. 하지만 퇴직 이후에도 '제2의 인생'을 위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며 학술기관인 사단법인 한국코칭능력개발원(KCDC) 원장과 인터내셔널스포츠그룹(ISG) 대표, 용인대 객원교수로 활동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다른 퇴직자들과 함께하기 위해 '시니어들을 위한 라이프 코칭 과정'을 개설, 11월부터 모교인 고려대의 미래교육원에서 강의를 시작한다.
이 과정은 퇴직을 앞둔 이들에게 새로운 삶의 방향을 제시하고, 행복한 노후를 설계할 수 있는 실질적인 도구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지난 1일 박 교수는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점점 더 많은 베이비부머 세대 교수들이 정년 퇴임해서 학교 밖으로 나오게 될 것"이라며 "학술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퇴직 후에도 논문을 쓰고 연구하고 싶은 교수들이 있다면 환경을 제공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퇴직자를 위한 강의 과정을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올해 5월 17일이 제 칠순이었다. 칠순에서 백세까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자는 계획표를 만들었는데, 그중 하나가 '특강투어'다. 특강료는 서포터스 학생들을 위한 기부금으로 사용하기로 했고, 불러주는 곳은 어디든 가기로 했다. 목표는 10년간 100군데 특강으로 잡았다. 체육교육과 스포츠심리학이 주 전공이었던 덕분에 한양대 스포츠코칭 및 문화전공 특강, 경상국립대 1급 정교사 체육과 자격연수 특강, 2급 생활스포츠지도사연수 특강, 목원대 스포츠건강관리학과 특강, 동해시 해양스포츠코칭지도사 자격연수 특강을 맡게 됐다.
그런데 어느 날 모교인 고려대 교우회보를 봤는데, 고려대 미래교육원이 시니어 대상 프로그램에 열정적이더라. 동년배인 시니어들을 위한 특강을 해보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하던 중이었다. 원장에게 이메일을 보냈더니 즉각 연락이 와서 한 번 만났다. 회의를 통해 이번 학기부터 바로 과정을 개설하기로 결정했다. 이달 말까지 수강생을 받고 있다.
-과정의 구체적인 커리큘럼은 어떻게 되나.
▲총 12주 과정으로, 매주 화요일 저녁 7시부터 9시30분까지 진행된다. 주요 내용으로는 라이프 코칭의 이해, 실전 코칭 기법, 시니어 성공 사례 분석 등이 있다. 또한 개인 및 그룹 코칭 세션, 프로젝트 수행, 칼럼 작성 등 실습 위주의 수업도 진행된다.
-'라이프 코칭'이란 뭔가.
▲내 전공에 '리더십 교육'이 있다 보니 스포츠 지도자들을 훌륭한 리더로 만드는 역할을 해왔다. 직장인 호서대에 코칭능력개발대학원 축구지도학과도 만들었다. 학생 중에 선수 생활을 하면서 모아놓은 돈으로 사업을 하다가 사기를 당해 쫄딱 망해버리거나 사고를 치는 케이스를 여럿 봤는데, 상담을 통해 다른 길을 찾아주는 등 스포츠인들의 인생 경로를 옆에서 함께 뛰며 코칭해주게 되더라. 퇴직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나와 비슷한 퇴직자들의 삶에 관해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이 과정을 만들며 '라이프 코칭'이라고 이름 붙이게 됐다.
스포츠 분야는 아니지만, 일반 시니어들의 퇴직 후 삶도 함께 뛰며 코칭하고 싶다. 라이프 코칭은 퇴직 후 행복한 삶을 위해 인생의 변화와 성장에 필요한 코칭, 삶을 변화시키는 일에 효과적인 코칭이라고 할 수 있다. 삶의 균형, 만족감 향상, 인간관계 개선, 인생의 의미와 목적의 발견 등에 초점을 맞춘다.
-이 과정의 핵심 내용은 무엇인가.
▲핵심은 '목표설정이론'과 '도전-성공-행복(CSH) 차트' 두 가지다. 성공의 공식인 목표설정이론(선택-도전-노력)을 통해 성공과 성과를 만들어내고, 그 성공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공식을 제시하겠다. 그리고 목표설정을 포함한 성공을 위한 20가지 기본 특성들을 제시할 예정이다. CSH 차트는 삶의 가치에 제일 중요한 8가지 요인인 건강, 가족, 일, 돈(경제), 인간관계, 신앙, 자기 계발, 여가 취미를 가지고 삶의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행복감을 유지하는 것이다. 지금 나 자신도 CS 차트를 보면서 항상 최대한 많은 행복감을 느끼려고 하고 있다. 이를 수강생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요즘 시니어를 위한 교육과정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 과정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KCDC 매거진과 국제학술지 칼럼 게재, 사례집 책 출간 및 자서전 쓰기, 직접 직업 창출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행복한 노후를 즐길 수 있는 능력을 배양시킨다. 수료 후에는 시니어리더코치 2급 자격증을 수여하고, 우수자에게는 캠퍼스인증코치 자격증도 무료로 발급한다. 또한 KCDC 정회원 이사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도 제공한다.
-KCDC는 어떤 곳인가.
▲KCDC는 1998년에 창립했고, 현재 스포츠문화산업연구회 회장, 복싱 아카데미 회장 등이 소속된 정회원이 365명으로 이뤄진 학술기관이다. 원래는 호서대 내에 만들려고 했었다. 지방대 특성화 연구소 형태로 설립하려 했으나 학과 내에 반대하는 교수들이 있어 호서대 소속 대신 전국 베이스로 시작한 거다. 그러다 2008년 11월에 사단법인 설립 인가를 받았다.
지난 26년 동안 꾸준히 논문과 학술지 등을 발간해왔다. 주요 업무로는 정회원 및 이사 활동, 발간사업, 학술 세미나, 코칭능력개발대학원 설립, 민간자격연수, 연수, 지역코칭능력개발센터 및 지부·지회 설립, 우수코치시상식, 지도자강습회, 국제교류, 국가 및 공공기관 지원사업 등이 있다. 특히 KCDC는 코치세계단체인 국제코칭탁월성협의회(ICCE)에 가입돼있다. 대한민국축구종합경기장 설립 용역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퇴직을 앞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연금을 받는 퇴직자이든 퇴직 이후 일을 하고 싶은 퇴직자이든 간에 퇴직 전에 미리 준비해야 한다. 꾸준한 수입원이 될 수 있는 직업을 가지게 되면 좋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라도 수입원이 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일해야 한다. 퇴직하자마자 '이제는 좀 쉬자'고 하면 나중에 다시 일하기가 쉽지 않다. 지속적으로 일을 하면서 휴식과 병행하는 전략으로 가야 한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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