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신문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통해 시가총액 상위 국내 100대 기업의 사외이사 현황을 조사한 결과, 법조인 출신은 총 58명으로 전체 사외이사(459명) 중 1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의 판결 경향이 사내·외 등기 이사의 준법감시 의무를 강화하고 있어 기업들의 법조인 사외이사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시총 기준 50대 기업의 법조인 사외이사는 2013년 21명이었는데, 올해는 34명으로 62% 증가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외국은 전직 CEO나 고위 중역들이 사외이사를 많이 맡는 반면 한국에서는 기업인들이 다른 회사의 사외이사로 가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어 교수와 법조인에 대한 수요가 커진 것”이라며 “최근 공정거래, 자본시장, 상법 이슈가 많아지면서 이사회에 법률 전문가를 두는 게 좋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올해 여성 법조인 사외이사는 총 22명으로, 전체(58명)의 38%를 차지했다. 남성 법조인 사외이사는 총 36명이다.
올해 신규 또는 재선임된 법조인 사외이사는 총 18명으로 이 가운데 여성은 5명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법무비서관을 지내고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 등을 지낸 판사 출신의 황덕남(67·13기) 변호사는 고려아연의 사외이사로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출신의 김정연(44·변호사시험 1회)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사외이사로 새롭게 임명됐다. 또 △여미숙(58·21기) 한양대 로스쿨 교수가 LG에너지솔루션에 △강수진(53·24기) 고려대 로스쿨 교수가 LG전자에 △신영재(57·26기) 법무법인 린 변호사가 유한양행에 사외이사로 재선임됐다.
여성 법조인 사외이사가 증가한 배경에는 지난 2022년 8월 시행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개정안은 자산 2조 원 이상의 상장 대기업은 특정 성별로만 이사회를 구성할 수 없도록 했다.
왕미양(56·29기) 여성변호사회 회장은 “법 개정을 통해 여성 법조인들도 활동 영역을 넓힐 기회를 얻게 됐다”며 “여성들이 이사회 안에서 소신 있게 의견을 제시하면서 능력은 물론 공정성 면에서 특히 강점을 드러내고 있어 앞으로 여성 법조인들의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직 로스쿨 교수 28%
로스쿨 교수의 선임도 두드러졌다. 전체 법조인 사외이사 중 로스쿨 교수는 총 16명으로, 전체의 28%에 달했다. 두 기업의 사외이사로 선임된 최윤희 교수를 포함하면 총 17자리의 사외이사에 로스쿨 교수가 포진한 셈이다.
올해 신규 또는 재선임된 로스쿨 교수 사외이사는 5명이다. 여성 법조인으로는 여미숙·강수진·김정연 교수가 신규 선임됐다.
전체 법조인 사외이사 중 약 64%(37명)는 현직 로펌 변호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17명(46%)이 김·장, 율촌 등 대형로펌에 소속된 변호사로 확인됐다. △김·장 10명 △율촌 2명(변호사·고문) △태평양·세종·화우·바른·대륙아주 1명 순이다.
올해 신규로 선임되거나 재선임된 대형로펌 변호사는 총 5명이다. 그중 김·?장 소속이 총 3명으로 가장 많다. 김용덕(67·12기) 전 대법관과 이선욱(54·27기)·이창재(59·19기) 변호사가 각각 CJ제일제당, 현대오토에버, GS의 사외이사로 활약하고 있다.
전관 출신 선호 여전
‘전관 선호’ 현상은 올해도 이어졌다. 올해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되거나 재선임된 전체 법조인 18명 중 판사 출신은 9?명(50%), 검사 출신이 6명(33%)을 기록했다. 순수 재야 출신은 1명(5.6%)에 그쳤다.
대법관을 역임한 김용덕 김·장 변호사(CJ제일제당),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의 여미숙 교수(LG에너지솔루션), 대구고검장을 지낸 김경수 율촌 변호사(삼성물산) 등이 신규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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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인, 안현, 이진영 법률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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