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 담긴 채로 수거함에 버려져
청소 담당자 "비효율적 행정"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인근 한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김도연씨(27)는 “일회용 컵 수거함을 설치하는 게 환경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모씨(52)는 ”음료가 남는 경우에는 길거리에 음료를 버릴 수도 없고 컵만 분리 배출하기 난감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광화문~남대문 일대 ‘에코존’에 설치된 길거리 일회용 컵 수거함은 서울 종로구에 20대, 중구에 10대가 있다. 해당 사업은 일회용 컵이 분리배출 및 수거되지 않고 종량제봉투 등으로 무분별하게 배출되고 있는 실정을 개선하고자 환경부와 서울시 등이 시범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일회용 컵을 수거함에 적힌 대로 분리배출 하는 시민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일회용 컵을 수거하는 직원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종로구에 설치된 수거함을 관리하는 한 관계자는 “일회용 컵의 크기가 다 달라 컵이 차곡차곡 쌓이지 않고 작은 컵이 밑으로 내려갈 경우 크기가 큰 컵이 얹어지는 형태라 금방 수거함이 넘치게 된다. 음료를 비우지 않은 상태로 버리는 시민이 상당히 많아 금방 주변이 더러워진다”며 “하루 세 번씩 열심히 치워도 민원이 계속 들어와 힘들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일회용 컵 수거함을 설치한다고 해서 과연 플라스틱 사용이 줄어들지 의문”이라며 “기존에 제시했던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 아니라면 지금 산발적으로 시행되는 사업들은 그저 ‘사업을 위한 사업’일 뿐이고 목적이 불분명하다. 목적이 방향성을 잃어버린 상태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예산 낭비를 막고 사업을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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