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전기차 화재 우려로 지하 주차장 주차를 금지해 주민 간 갈등이 발생.
▶ 전기차 화재 발생률은 낮지만, 배터리 화재시 진압이 어려워 피해가 크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 전기차 주차 금지 조치가 기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란이 있고, 정부 차원의 갈등 해결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화재 우려와 지하 주차장 주차 금지
최근 잇달아 발생하는 전기차 화재 사고로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전기차의 지하 주차장 주차를 금지하기로 해 주민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입주민들의 안전을 우선시한 조치라는 시각도 있지만, 전기차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4일 충북 제천의 한 아파트는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해 지하 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시설을 폐쇄하고, 지상 주차장에서만 전기차 주차를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전기차 화재가 불러올 수 있는 심각한 피해를 고려해 선제적으로 조처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기차 소유자들은 권리 침해라는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전기차 화재 위험성에 대한 논란
현재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화재에 더 위험하다는 객관적인 지표는 없다. 소방청의 ‘자동차 유종별 화재 현황’에 따르면, 전기차의 화재 발생률은 내연기관차와 비교했을 때 크게 차이나지 않거나 오히려 더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 누적 등록 대수를 기준으로 화재 발생률을 계산하면 경유차(0.015%), 전기차(0.013%), 휘발유차(0.006%), 하이브리드차(0.002%) 순이?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전기차 화재의 빈도가 높지 않더라도, 전기차 배터리의 특성상 화재 발생 시 진압이 어려워 피해 규모가 클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배터리에 화재가 발생하면 내부 온도가 1000도까지 치솟으며, 연소가 확산돼 화재를 진압하는 데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오래 걸린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환기와 진압이 어려워 더 큰 재산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법적 논란과 기본권 침해 문제
전기차의 지하 주차장 주차를 전면 금지하는 조치가 전기차 소유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법적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조원익(39·변호사시험 3회)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는 “전기차를 이용하는 입주민들이 그에 상응하는 관리비를 내고 있음에도 지하 주차장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재산권 침해로 볼 여지가 있다”며 “이러한 조치가 정당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기차 이용자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승태(56·사법연수원 30기) 법무법인 도시와사람 대표변호사는 “공동주택의 각 세대별 소유자는 기본적으로 아파트 공유 면적에서 자기 전유부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며 “대안 없이 주차를 금지하는 것은 구분소유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입주자대표회의 정당성과 법적 쟁점
입주자대표회의의 의결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이 지켜졌는지도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아파트의 공용 시설을 관리하고 운영할 권한을 갖지만, 의결 과정에서의 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하다면, 이는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올초에도 리모델링시 주차장 구입비용을 부담하지 않은 세대에 대해 주차장 사용을 제한하도록 한 주차장 사용규정에 대해 한 아파트 입주민이 낸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바있다. 법원은 “해당 주차장 사용규정은 입주민의 승낙을 받지 않아 효력이 없다”고 판시했다(2023카합50461).
정부 차원의 갈등 해결 노력 필요
전기차 이용이 정부 정책 차원에서 권장되고 있는 만큼, 공동주택 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김용섭(65·16기) 전북대 로스쿨 교수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주차장 내 안전시설을 마련하는 등 대책 논의에 나서는 것이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유지인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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