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들 최정예팀 꾸려 한판 승부
명성과 실제 성과는 따로따로
요약
▶ 카카오 사건에서 세종과 김·장 등 대형 로펌들이 김범수 위원장과 배재현 대표의 변호를 맡았지만, 주요 인물들이 구속되면서 기대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 화우는 카카오엔터 김성수 전 대표와 이준호 부문장의 구속영장을 모두 막아내며 성공을 이끌어냈고, 율촌 변호사들은 카카오 측 임직원들과 함께 입건되었으나 최종적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 이번 사건은 로펌 간의 변론 능력이 극명하게 엇갈리며 평가받는 계기가 되었고, 최종 승부는 김범수 위원장의 재판에서 가려질 예정이다. 재판은 김·장이 중심이 되어 무죄를 목표로 변론할 것으로 보인다.
“요즘 변호사 업계에서는 변호사가 두 부류로 나뉜다는 말이 나돈다. ‘카카오와 김범수 사건’을 맡은 변호사들과 그렇지 않은 변호사들이다.”
19일 법률신문 기자와 만난 대형 로펌의 중견 변호사가 한 말이다. 이 변호사의 말대로, 최근 변호사 업계에서는 카카오 사건이 단연 화제다.
한때(2021년) 그룹 시가총액이 120조 원으로 국내 5대 그룹에 속했던 카카오그룹의 창업자이자 오너가 수사대상이었던 데다, 수사기관과 기간도 금융감독원을 거쳐 검찰(서울남부지검)로 넘어와 1년 6개월 이상 장기화되면서 변론 수요도 넘쳐나 대형 로펌과 거물 전관 변호사들의 각축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대형 로펌과 전관 변호사들 각축
이 사건은 로펌·변호사 업계의 형사 대응 능력이 총집결한 사건이기도 하다. 김·장 법률사무소를 비롯해 법무법인 광장, 태평양, 세종, 화우, 대륙아주 등이 뛰어들었고, 고검장과 법원장 출신의 고위 전관 변호사들도 다수 나섰다.
금감원과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주된 역할을 한 곳은 세종이다. 서울남부지검 2차장 출신의 이정환 변호사를 주축으로 10명 이상의 형사 변호인단을 구성해 대응해왔다. 세종은 김 위원장에 앞서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의 검찰 수사 단계에서 변호를 맡았지만 구속을 막지 못?했다.
김·장은 검찰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인 상태에서 뒤늦게 ‘참전’해 서울고법 판사 출신의 이호재 변호사 등을 투입했다. 김·장은 특히 카카오그룹에 ‘준법과신뢰위원?회’를 설치하도록 권고해, 소속 변호사?인 김소영 전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도록 했?다.
김·장은 SM엔터 시세조종에 공모한 혐의를 받는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회장의 구속영장실질심사에도 나섰지만 구속을 막지는 못했다.
김 위원장의 검찰 수사 과정에서는 대형 로펌 외에도 대검 중수부 1, 2과장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지낸 ‘특수의 전설’ 여환섭 전 법무연수원장도 변론에 나섰다. 김 위원장보다 먼저 구속된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수사에는 김기동 전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장과 이동렬 전 서울서부지검장 등이 변론에 참여했다.
하이라이트는 김 위원장의 구속영장 실질심사였다. 영장 심사에선 초반부를 세종이 맡았고, 후반부는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출신의 한승 전 전주지법원장이 맡았다고 한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 관여하지 않았던 한 전 원장은 영장심사를 앞두고 급히 선임돼 손수 PPT까지 만들어가며 열변을 토했으나 구속을 막지는 못했다. 서초동의 변?호사들은 가장 중요한 영장 심사장에서 대형 로펌들이 뒤로 한발짝 물러난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이 의아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김범수 위원장의 공소장에 기재된 변호사는 36명에 이른다. 김·장과 세종의 베테랑 변호사들을 비롯해 법원·검찰의 고위 전관들이 김 위원장 변론에 총력을 기울인 사실이 공소장에서 드러?난?다.
김범수, 배재현, 지창배 등 주요 인물들이 구속되면서 이들의 ‘총력 변론’은 결과적으로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다. 예외적으로 ‘성공’한 로펌도 있다. 화우는 카카오엔터 김성수 전 대표와 이준호 투자전략부문장을 맡아 변호했는데, 두 사람 모두 구속영장이 두 번 청구됐으나 모두 기각됐다. 특히 이준호 부문장은 이례적으로 검찰에서 불기소(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는데, 올해 처음 도입된 자본시장법상 리니언?시(자수감면제도)를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율촌은 특이한 경우다. 율촌 변호사들은 이번 사건에서 카카오 측 임직원들과 함께 입건됐다가 최근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카카오와 하이브가 SM엔터를 두고 인수전을 벌일 당시, 카카오 측에 투자 관련 자문을 제공한 소속 변호사 2명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왔는데, 검찰은 이들에 대해 최종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최종 승부는 법정에서
‘카카오 변론 올림픽’은 법정에서 최종 승부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재판에는 기존의 세종과 김·장 외에 로펌 업계 2~3위권의 광장도 나섰다. 광장은 에이스인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 출신의 성창호 변호사가 주축이 되어 배재현 총괄대표의 재판 변론을 맡고 있다.
지난 8일 구속기소된 김범수 위원장의 재판 전략과 변론은 김·장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김·장은 수뇌부가 나서서 최고의 변론팀을 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양형보다는 ‘무죄’ 변론에 집중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첫 공판은 9월 11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다.
카카오는 최근 화우 소속 변호사를 법무실장급으로 새로 영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수 대표 등을 맡아 ‘성공 변론’을 이끈 화우의 이동규 변호사가 다음 달부터 카카오에 합류한다.
임현경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