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온라인 플랫폼의 자사우대 등 반칙행위를 금지하기 위한 사전지정제 도입 대신 현행 사후 규율 방식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내놨다. 플랫폼의 자사우대 행위는 경쟁제한적 효과와 경쟁촉진적 효과를 동시에 가질 수 있어 자사우대 행위 자체가 반드시 경쟁제한 효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1일 펴낸 KDI포커스에는 이런 내용의 '온라인 플랫폼의 자사우대에 대한 경쟁정책 방향' 보고서가 담겼다. 보고서를 쓴 김민정 KDI 연구위원은 "온라인 플랫폼 시장은 승자독식 특성으로 독과점력 남용 문제가 더 심각할 가능성이 존재하는 만큼 자사우대 행위는 적절히 규율돼야 한다"면서도 "플랫폼의 자사상품 판매나 자사우대 행위는 효율성 증진 효과 또한 가지므로 일률적으로 무조건 금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지나친 규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 오히려 더 클 가능성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시장지배적 지위(이하 시지) 남용행위와 마찬가지로 합리의 원칙을 적용해 부당한 경우에만 규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시지 남용행위를 규율하는 현행 방식은 실제 집행과정에서 시장획정과 시지사업자 판단에 오랜 시간이 소요돼 신속한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며 행위의 경제적 효과를 평가하는 쪽으로 초점을 옮겨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쟁관계에 대한 파악이 완결돼야만 경쟁제한성 평가 단계로 넘어가는 경직적인 방식보다는 경쟁관계와 경쟁제한성에 대한 판단이 함께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현행 시지사업자 추정 및 인정 요건의 개선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 위원은 "경쟁당국이 필요시에 시장 데이터를 살필 수 있도록 데이터 관련 예산과 전문인력을 확충해 접근성을 향상시키는 것이 시장과 시지사업자에 대한 신속한 판단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해외처럼 시장 지배적 사업자를 사전 지정하는 방식과 관련해선 혁신 활동이나 경쟁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에서 특정 행위가 아닌 특정 사업자를 사전 규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
김 위원은 "필요하다면 (집행의) 효율성 효과가 제한적이고 어려운 행위 유형에 한정해 사전 지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표적인 유형으로는 네이버(NAVER) 쇼핑·동영상 분야 알고리즘 조작과 같은 '비공개 알고리즘에 의한 배치에서 자사상품을 우대하는 행위'나 아마존 마켓플레이스처럼 '비공개 데이터를 사용해 경쟁자의 상품을 단순 모방하는 행위'를 꼽았다.
마지막으로 플랫폼의 자사우대 행위 관련 동의의결제 도입을 제안했다. 김 위원은 "유럽연합(EU)의 아마존 바이박스, 마켓플레이스 사례처럼 동의의결제를 통해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자발적인 시정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신속한 시정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시정방안의 타당성에 대한 평가만 적절히 이뤄진다면, 동의의결제는 긴 시간이 소요될 수 있는 경쟁법 집행에 보완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세종=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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