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개발로 터전 잃은 멸종위기 1급 '먹황새'
국립생태원 주도로 올해부터 복원 시작해
일본 6개체, 유럽·동북아서 7개체씩 이송
"생물다양성 확보, 생태계 기능 확보"
한국에서 56년 전 사라진 ‘먹황새’의 복원작업이 시작됐다. 정부는 복원을 위해 올해부터 일본과 유럽, 동북아 등지에서 먹황새 20개체를 데려올 계획이다.
21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은 지난달 ‘멸종위기 먹황새 증식·복원 추진 계획’에 착수했다. 복원에 필요한 먹황새는 다음 달 일본에서 6개체를 들여온다. 내년에는 유럽에서 7개체, 2026년에는 동북아 일대에서 7개체를 이송한다. 먹황새의 자연적응훈련과 서식지 복원까지 완료되면 2027~2028년에 걸쳐 방사한다. 방사 후에는 위치추적기를 붙여 모니터링을 실시할 방침이다.
먹황새는 유라시아 대륙 전반에 분포하는 새다. 현재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관심대상종으로, 국내에서는 천연기념물 및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돼있다. 먹황새는 1909~1928년만 해도 한반도 전역에서 다양하게 관찰됐지만, 1968년 안동 도산면 가송리 절벽에서 서식하는 모습이 포착된 이후 자취를 감췄다. 이후 간간이 국내에서 확인되기도 했지만 겨울을 나기 위해 잠시 남하한 개체들뿐이었다.
먹황새가 멸종위기에 몰린 배경에는 무분별한 개발과 서식지 파괴가 있다. 먹황새는 황새과 조류 중에서도 서식지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몸길이가 짧기 때문에 보통의 논이나 바닷가에서 먹이활동이 불가능하다. 물이 얕으면서도 얼지 않아야 하고, 절벽 위에 둥지를 트는 습성 탓에 인근 산세가 험해야 한다. 과거에는 경북과 전남에 서식 조건을 갖춘 장소가 있었지만 댐 공사 등이 진행되면서 대부분 파괴됐다.
정부는 먹황새의 복원이 비교적 쉬운 작업인 데다 인공증식을 위한 기술도 있는 만큼 수년 전부터 관련 작업을 준비해왔다. 문제는 복원에 필요한 먹황새의 확보였다. 국내는 먹황새가 없어 복원·증식용 개체를 구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런데 국립생태원은 유럽과 동북아의 먹황새를 분석해 유전적 분화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일대 먹황새를 데려오면 한국에서 서식하던 ‘원종’을 그대로 복원할 수 있다는 뜻이다.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먹황새의 복원을 통해 생태계 기능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먹황새는 산림과 하천 습지의 최상위 포식자로 분류된다. 사실상 멸종 상태인 먹황새가 등장하면 먹이원 군집인 어류, 양서·파충류, 곤충류 간 균형이 갖춰질 거라는 분석이다. 국립생태원 관계자는 “유럽에서 먹황새가 번식한 둥지를 보호지역으로 두니 생태계가 개선됐다는 연구가 있다”면서 “내륙 하천의 환경을 보호하는 계기도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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