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정보 이용 불법 사익 추구
신탁사 부정행위 등 전반 수사
“부실 PF 사업장도 걸러냈어야”
검찰과 금융감독원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장으로부터 고이율의 이자와 수수료 등을 받아 온 금융사에 칼을 빼 들었다. 부동산경기 침체로 부동산 PF 시장이 어려워진 가운데, 금융사들이 수수료 명목으로 과도한 PF 대출 이자를 받는 등의 불공정 관행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부동산업계 등에서는 근본적으로 부실 PF 사업장에 대한 관리를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부장검사 이진용)는 지난달 특정경제범죄법상 증재·횡령 등 혐의로 메리츠증권 전 임원 박모씨를, 특정경제범죄법상 수재 혐의로 전 직원 김모씨와 이모씨를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박씨는 2014년 10월부터 2017년 9월까지 업무 과정에서 얻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보를 이용해 매매차익을 얻을 목적으로 개인 회사를 통해 부동산을 취득·임대하고, 부동산 구매 자금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메리츠증권 내 부하 직원이었던 김씨와 이씨에게 대출 알선 대가로 약 8억4000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하반기 메리츠증권 등을 비롯한 5개 증권사에 대해 부동산 PF 기획검사를 실시하고 이런 임직원 사익추구 행위 등을 적발해 검찰에 통보했다. 금감원은 신탁사를 상대로도 유사한 불법 사익 추구 행위가 없었는지를 검사하고, 한국토지신탁, 한국자산신탁 등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에 검찰은 신탁사 내부의 부정행위를 들여다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이승학)는 차정훈 한국토지신탁 회장을 특정경제범죄법상 수재·배임 혐의로 수사 중이다. 검찰은 금감원으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아 차 회장의 개인 비리 혐의 등을 수사하고 있는데 신탁사 용역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검찰은 차 회장 등의 계좌 내역 등을 분석하는 단계로 전해졌다.
부동산 업계에선 최근 부동산 PF 시장이 경색되자, 금융당국과 수사기관이 금융권의 PF 수수료 불공정 관행에 엄정 대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금융사가 건설사 등에 PF 대출을 해주며 과도한 수수료를 받거나, 임직원이 개인적으로 수수료를 빼돌리는 등 ‘갑질’이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다만 금융당국이 수사뿐 아니라 부실 PF 사업장 관리를 해야 할 시점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부동산 분야 변호사는 “금융사가 수수료 명목으로 고금리 이자를 가져가는 관행은 사업리스크가 큰 부동산 사업에서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근본적으로 부실 PF를 걸러내야 한다. 수사에 앞서 제대로 된 시장 구조조정을 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임현경 법률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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