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밀집지역 관할 인천지법
7월 기준 경매계 4개 확충
매물 쌓이고, 유찰 거듭되고
“눈덩이 이자 버티기 어렵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인 법원 경매에 매물이 급증하고 전세금 반환 문제가 있는 아파트·빌라의 경매 기피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보증금 회수를 위해 살고 있던 빌라 등을 경매에 부쳤지만 매물이 넘쳐나 경매 절차가 지연되고 이자 부담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주택의 경매 차익으로 피해자 주거를 지원하는 전세사기특별법안 개정 논의에도 뚜렷한 진척이 없어 피해자들의 경제적, 심리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법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전국 법원에서 경매가 진행 중인 매물은 9만 6808건이다. △2021년 5만9297건 △2022년 5만9466건 △2023년 8만1620건으로, 2022년 전세사기 피해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후 지난해부터 경매 매물이 급증한 것이다. 사기피해가 집중된 인천지법의 경우 지난 6월 기준, 진행 중인 경매 건수가 8886건에 달해 지난달 경매계를 4개나 확충했다고 한다.
경매시장에 쏟아지는 매물이 급증하고 빌라 기피 현상까지 겹치면서 빌라 등 비아파트의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경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빌라 낙찰가율은 81.8%로 전월(82.6%) 대비 0.8%p 떨어?졌다.
아파트·빌라의 유찰이 거듭되면서 경매에 넘어간 집의 입찰에 ‘울며 겨자먹기’로 참여한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이자 부담 등 이중고를 호소한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의 경매에 참여한 피해 임차인의 경우 입찰보증금으로 최저 매각가의 10%를 지급해야 해 대부분 대출을 통해 보증금을 마련하기 때문에 낙찰이 지연될수록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미 전세자금 대출로 DSR(채무자의 연간 소득에서 상환할 부채의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율) 한도가 초과돼 고이자율 신용대출 등을 통해 보증금을 마련한 사례도 많다.
전세사기 피해자 A 씨는 “경매 낙찰시 세금을 감면해준다는 혜택 때문에 낙찰되기만 기다리는데 이미 대출 이자로 나간 금액이 1200만 원에 달한다”며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더 이상 버틸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하루라도 빨리 경매가 종료되길 바라는 피해자는 그나마 선순위 임차인의 경우에 한정된다. 전세사기 피해자의 70% 가량이 후순위 임차인으로, 이들은 새로운 집주인이 나타나더라도 보증금의 일부만을 받거나 한 푼도 못 받고 쫓겨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피해를 줄이고자 지난해 통과된 전세사기특별법에 원치 않는 경매를 일시 중단할 수 있는 경공매 유예 조항이 포함됐다. 그러나 시행 1년이 지나면서 경공매 중단 조치가 속속 풀리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경매 개시 통보를 받고 울며 겨자먹기로 피해주택을 ‘셀프 낙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달 B 씨처럼 경공매 재유예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낙찰된 주택이 인천 미추홀구만 57채로 집계됐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인 B 씨는 지난 5월 피해 주택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유예기간 1년이 종료돼 경매를 진행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B 씨는 피해 사정을 호소하며 유예 연장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B 씨는 감정평가액의 56% 정도에 피해 주택을 떠안고 지난 7월 잔금 처리를 끝냈다.
특별법에 따르면, 피해자의 사정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법원 직권 또는 피해자의 신청으로 유예를 연장할 수 있지만 법원 내 통일된 기준이 없고, 법원 임의에 맡겨져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천지법 관계자는 “국토부 공문이 내려와 유예 연장 조치를 적용하고 있지만 경매계마다 판단이 다를 순 있다”고 설명했다.
전세사기 피해자의 고통이 날로 깊어지는 가운데, 8월 회기 중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정부·여당안은 LH가 피해 주택을 매입하고, 경매 차익을 임대료 형태로 지원하는 방안이 핵심이다.
피해자 단체는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구제 효과는 한정적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철빈 전세사기·깡통전세피해자전국대책위 공동위원장은 “LH가 매입하는 게 법적으로 어려운 주택도 있고, 다가구 주택의 경우 전원의 동의가 필요해 매입이 원활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세사기 인정 기준이 완화되지 않는 한 지금과 같은 혼란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피해 유형에 대한 구체적인 실태조사와 함께 이미 매각이 종료된 피해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유지인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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