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욱 동천 이사장 인터뷰
"공익재단으로 기업 지배권 유지
수익권은 사회로 돌릴 수도 있어"
법무법인 태평양 산하 공익재단 동천의 이사장을 맡은 유욱 변호사는 각종 비영리 공익 관련 기관들에 대한 법률 지원을 하면서 '왜 우리 공익생태계가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는지'에 대해 고민해왔다. 1년에 5조원 규모의 자금을 소형 원자로 개발과 개발도상국의 위생·보건 환경 개선, 백신 개발 등에 투입하며, 말 그대로 세상을 바꾸는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활약상은 놀라우면서도 한편 부러웠다.
활동가들의 희생과 헌신으로만 작동하는 공익법인의 상황도 상황이지만, 공익단체의 활동 영역이 자선사업이나 복지 활동에 한정된 것도 안타까웠다. 우리 공익법인 가운데는 미국의 브루킹스 연구소나 헤리티지 재단과 같은 싱크탱크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 왜 없을까.
공익법인이 자금 여력을 갖추면 좋은 인재의 참여를 기대할 수 있고, 그럼 정부나 기존의 사회통념에서 생각지 못한 새로운 혁신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커졌다.
가장 큰 문제는 '돈'과 '조직'이었다. 특히 논에 물이 넘어 들어오게 만든 통로를 뜻하는 '물꼬'처럼 공익적인 일을 하는 기관과 조직에 자금, 즉 기부금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관건이었다. 유 변호사는 그 길을 스웨덴의 발렌베리 가(家)의 사례에서 찾았다. 발렌베리 가문은 스웨덴 굴지의 기업들이 소속된 재단을 통해 세습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기업 성과의 상당 부분이 스웨덴의 오늘과 미래에 투자되는 구조였다.
유 변호사가 만난 많은 기업인은 자신이 쌓은 부가 단순히 대물림되는 구조를 넘어 그 이상의 가치를 갖고 제대로 쓰이기를 희망했다. 걸림돌은 세금이었다. 그가 찾은 해법은 기업들의 주식 출연 등에 대한 면세 한도를 상향하는 대신 공익법인의 경우 재출연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었다. 출연재산가액 1%의 일정비율(예컨대 30~50%를)을 재출연하게 되면 기업과 시민사회의 공익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 이 구상의 핵심은 수익권과 지배권의 분리다.
궁극적으로 기업의 지배권과 수익권을 분리해 지배권을 편법이 아닌 방식으로 지켜줄 수 있도록 허용하되, 기업의 수익은 공익재단을 통해 공익적 사업의 형태로 사회로 돌아가게 하는 방식이다. 명예로운 방식을 통해 기업가들은 기업 지배권은 유지한 채 존경을 받으며 그들이 쌓은 부를 사회에 기여할 수 있게 해주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를 만들 수 있기를 기대했다.
그가 공익법인에 주목하는 것은 국가와 다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국가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는 반면 민간이 해낼 수 있는 영역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공익재단법인 '동천'은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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