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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제 해결 위해 공익재단 물꼬 터 줘야"[날개 꺾인 공익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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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욱 동천 이사장 인터뷰
"공익재단으로 기업 지배권 유지
수익권은 사회로 돌릴 수도 있어"

"왜 우리는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과 같은 공익재단이 없을까요."

법무법인 태평양 산하 공익재단 동천의 이사장을 맡은 유욱 변호사는 각종 비영리 공익 관련 기관들에 대한 법률 지원을 하면서 '왜 우리 공익생태계가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는지'에 대해 고민해왔다. 1년에 5조원 규모의 자금을 소형 원자로 개발과 개발도상국의 위생·보건 환경 개선, 백신 개발 등에 투입하며, 말 그대로 세상을 바꾸는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활약상은 놀라우면서도 한편 부러웠다.

"공익활동으로 탈북민 관련 일을 비정부기구(NGO) 운동가처럼 해봤는데, 매일 걱정한 것은 활동가들 월급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였어요. 최근에도 쪽방촌 주민들 관련 단체 활동가들과 회의했는데, 이분들 역시 최저급여에도 못 미치는 돈으로 몇십년째 활동을 해왔습니다. '정말 존경합니다'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었죠."

"사회문제 해결 위해 공익재단 물꼬 터 줘야"[날개 꺾인 공익법인] 유욱 동천 이사장 <사진제공=법무법인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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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들의 희생과 헌신으로만 작동하는 공익법인의 상황도 상황이지만, 공익단체의 활동 영역이 자선사업이나 복지 활동에 한정된 것도 안타까웠다. 우리 공익법인 가운데는 미국의 브루킹스 연구소나 헤리티지 재단과 같은 싱크탱크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 왜 없을까.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진 인재들이 공익적인 일에 뛰어든다면 어떨까요. 가령 주택사업 같은 경우 비영리기구 등이 한다면 얼마나 달라질지 생각해봅니다. 사회혁신기업 ‘더함’이 남양주시 별내지구와 고양시 지축지구에서 진행한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을 보면, 가격은 60% 선으로 저렴한데 커뮤니티 시설 등은 잘 돼 있습니다. 이런 공익 관련 업체 등이 경쟁하는 구조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공익법인이 자금 여력을 갖추면 좋은 인재의 참여를 기대할 수 있고, 그럼 정부나 기존의 사회통념에서 생각지 못한 새로운 혁신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커졌다.

"제가 붙인 이 프로젝트의 명칭은 물꼬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돈'과 '조직'이었다. 특히 논에 물이 넘어 들어오게 만든 통로를 뜻하는 '물꼬'처럼 공익적인 일을 하는 기관과 조직에 자금, 즉 기부금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관건이었다. 유 변호사는 그 길을 스웨덴의 발렌베리 가(家)의 사례에서 찾았다. 발렌베리 가문은 스웨덴 굴지의 기업들이 소속된 재단을 통해 세습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기업 성과의 상당 부분이 스웨덴의 오늘과 미래에 투자되는 구조였다.

"국내 굴지의 기업 대표가 재판을 받는 일들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사실 기업의 승계와 지배구조 문제 아닌가요. 그런데 발렌베리는 5대째 (세습) 경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기업가들은 존중받아야 하고, 그들을 명예롭게 대접해야 합니다. 하지만 기업은 우리 사회, 국민이 함께 만들었다는 점도 분명합니다."

유 변호사가 만난 많은 기업인은 자신이 쌓은 부가 단순히 대물림되는 구조를 넘어 그 이상의 가치를 갖고 제대로 쓰이기를 희망했다. 걸림돌은 세금이었다. 그가 찾은 해법은 기업들의 주식 출연 등에 대한 면세 한도를 상향하는 대신 공익법인의 경우 재출연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었다. 출연재산가액 1%의 일정비율(예컨대 30~50%를)을 재출연하게 되면 기업과 시민사회의 공익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 이 구상의 핵심은 수익권과 지배권의 분리다.

"공익재단에 주식을 출연하는 것을 두고 우회 지배라고 우려하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발렌베리 가문은 사실 (재단을 통해) 직접 지배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걸 허용하는 대신 그 부(富)는 재단에 귀속되어, 사실상 가문의 구성원에게로 가는 부가 거의 없습니다. 우회 지배라는 개념 자체에 대해 생각을 바꿔보면 어떨까요. 다만 우리 사회에서는 우회 지배 등의 우려가 크니까 일정 한도 선에서 공익재단을 키우는 방식을 시도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궁극적으로 기업의 지배권과 수익권을 분리해 지배권을 편법이 아닌 방식으로 지켜줄 수 있도록 허용하되, 기업의 수익은 공익재단을 통해 공익적 사업의 형태로 사회로 돌아가게 하는 방식이다. 명예로운 방식을 통해 기업가들은 기업 지배권은 유지한 채 존경을 받으며 그들이 쌓은 부를 사회에 기여할 수 있게 해주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를 만들 수 있기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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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공익법인에 주목하는 것은 국가와 다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국가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는 반면 민간이 해낼 수 있는 영역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복지국가 얘기하는데 이것을 국가가 다 한다는 것은 천만의 말씀입니다. 국가가 해오지 못한 것을 민간이 그동안도 해왔어요. 이 딜리버리(전달) 시스템은 민간이 더 관여해야 합니다. 정부가 하지 못하고 기업도 못하는 부분들에 있어서 공익재단들이 역할을 해야 해요. 주거 문제나 장애인 관련해 창의적인 솔루션이 나오고, 인재들이 공익벤처 등을 만들어 경쟁하는 구조가 된다면 우리가 해보지 못한 과감한 해법이 나오게 될 것입니다. 돈을 그렇게 쓰는 것이죠."
공익재단법인 '동천'은
법무법인 태평양이 설립한 공익재단법인이다. 태평양은 공익적 활동에 대한 법률지원방안 실행을 위해 2001년 공익활동위원회를 만들었고, 2009년부터는 재단법인 동천에서 프로보노 활동과 공익사업 등을 수행해왔다. 장애인이나 탈북민, 난민 등을 대상으로 한 법률지원과 공익사업, 입법지원 등 법률 서비스를 진행해왔다. 특히 공익법총서 형태로 학계와 법조계 등이 의기투합해 '기업공익재단 법제연구'를 내는 등 한국식 공익법인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왔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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