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출신이 아니라면, 변호사로서 경력을 먼저 쌓고 에이전트를 해야 ‘변호사 에이전트’로 성공할 수 있습니다.”
법무법인 가온의 파트너 변호사인 강우준(46·35기) 변호사는 변호사시험 합격 후 바로 에이전트 시장에 뛰어드는 것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강 변호사는 “변호사로 공정거래위원회 등 다양한 위원회에서 활동하며 경험했던 것과 상대방 논리의 약점을 찾아 반박하는 등의 변론 경험이 자리잡는 데에 유용했다”며 변호사로서의 다양한 경험이 에이전트 업무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30명의 야구 선수와 1명의 프로게이머를 대리하며 점점 몸집을 키워가고 있는 MVP스포츠의 대표이기도 한 강 변호사에게 에이전트로서의 보람과 어려움을 들었다.
강 변호사는 “장기간 함께 고민하고 노력했던 일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일 때 기쁘다”며 “손아섭 선수와 전준우 선수의 FA 협상을 대리했을 때와, 사문화된 제도였던 연봉조정제도(현 연봉중재제도)를 활용해 주권 선수가 19년 만에 KBO 역사상 두 번째로 연봉 조정을 받았을 때 큰 보람을 느꼈다”고 전했다. 연봉조정제도는 KBO의 중재를 통해 선수의 연봉을 조정하는 제도다. 선수들이 신청할 수 있지만, 각 야구단의 회비로 운영되는 KBO의 구조 때문에 야구인 사이에서는 유명무실한 제도로 취급 받아왔다. 그는 변호사로서의 경험이 주권 선수의 연봉조정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또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모 선수의 도핑방지위원회 절차에서 무혐의를 받아내기도 했다”며 “선수들의 권익을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할 때 ‘이 일을 시작하기 잘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현재는 수십 명의 선수들을 대리하고 있는 강 변호사지만, 처음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강 변호사는 “초기나 지금이나 선수 영입이 가장 어렵다”라며 “기존 에이전트들은 혈연이나 친분 관계로 얽혀있는 경우가 많아 변호사 주축의 새로운 에이전시와 함께해야 하는 이유를 설득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위기 관리 측면에서 변호사 에이전트의 강점을 강조하고, 구단과 언론을 상대로 전문적인 소통을 통해 많은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내며 차근차근 성장했다”고 전했다. 선수들끼리의 커뮤니티에서 특정 선수의 에이전트가 변호사인 걸 알고 강 변호사에게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한다.
그는 “해외보다 에이전트 시장은 물론 국내 스포츠산업 시장이 아직 작다”며 “스포츠 산업이 더 성장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제도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미국은 2018년 연방대법원의 판결로 대부분의 주에서 스포츠베팅이 합법화되고 시장이 한층 커졌다. 강 변호사는 “법조계에서도 스포츠 시장과 산업의 성장을 기다리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도모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와 법적 환경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변호사 에이전트를 꿈꾸는 변호사들에게 에이전트는 주인공이 아닌 ‘서포터’임을 강조했다. 그는 “변호사와 에이전트 모두 고객의 어려운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는 점이 유사하다”며 “변호사로서 소통 능력을 키우고 소송과 협상 경험을 통해 전략 수립 능력을 기른다면, 에이전트가 되기 위한 중요한 자양분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안현, 조한주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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