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단체에 임무 넘기면서 군시설 이용도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가 해외·대북 공작 등 주요 임무를 민간단체에 맡긴 것으로 확인됐다. 민간단체는 예비역 군 출신들이 소속된 곳으로 정보사의 주요 임무를 맡으면서 군 시설을 사용했고, 자금까지 지원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고소장 등 자료를 종합하면 정보사 여단장 A 준장은 정보사령관 B 소장을 지난달 국방부 조사본부에 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A 준장은 B소장보다 계급은 낮지만 장교 기수로는 3기수 선배다. A 준장은 국방정보본부장을 지낸 예비역 중장이 이끄는 민간단체(군사정보발전 연구소)가 서울 충정로의 정보사 영외 비밀사무실, 이른바 안가(安家)를 지휘관 승인 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B 소장이 이를 승인하지 않자 갈등은 시작됐다. A 준장은 보고 과정에서 “비전문가인 사령관이 개입하니까 공작이 안 된다”고 발언했고 B 소장은 결재판을 던지며 “보고를 안 받겠다, 나가라”라고 맞받아쳤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공작 임무 지원 비밀사무소의 위치와 성격, 기획 공작 명칭 등까지 대거 노출됐다는 점이다. 특히 민간단체가 정보사 차원의 기획 공작인 ‘광개토 사업’에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도 드러났다. 민간단체의 이사장인 예비역 중장 이름도 거론됐다. 공작업무를 이전 국방정보본부장 출신 민간인이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다.
A 준장은 영외사무실은 공작업무 지원용이고 민간단체는 기획 공작인 ‘광개토 사업’의 핵심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공작업무를 민간단체가 주도하는 것 자체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특히 민간단체에 필요자금까지 지원됐다면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군 장성들도 주요 임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정보사는 베일에 싸인 부대다. 하지만 이번 고소전으로 극비로 다뤄져야 할 여단 공작팀의 실체, 공작 명, 공작 시기 등이 모두 드러나면서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베일에 싸여야 할 정보기관의 주요 임무를 민간단체에 맡긴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지휘부 간의 갈등으로 모든 정보가 노출된 듯하다”고 말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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