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낙폭 과매도 판단에 반발 매수세 유입
미국 경기침체 우려로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던 일본 도쿄증시가 하루 만에 사상 최대폭으로 반등했다.
일본 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6일 전장 대비 3217.04포인트(10.23%) 상승한 3만4675.46에 장을 마감했다. 1990년 10월 2일 기록한 종전 최대 상승 폭(2676.55포인트)을 경신한 셈이다. 전날 12.2% 급락했던 일본 종합주가지수 토픽스(TOPIX)도 이날은 9.3% 올랐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이번 상승을 전날 있었던 도쿄증시의 역대 최대 낙폭이 과도했다는 판단과 함께 반발 매수세가 유입된 여파로 해석했다. 닛케이지수는 전날 고용 쇼크 및 경기 침체 우려 확산으로 인한 뉴욕증시 하락으로 12% 넘게 폭락하며 1987년 10월 20일 '블랙 먼데이' 낙폭(3836포인트)을 뛰어넘었다.
이날은 닛케이지수 구성 종목의 95%가 상승하는 장관을 연출했다. 특히 경기 동향에 민감한 반도체 관련 주가 상승세를 주도했다. 종목별로는 도요타 자동차, 어드반 테스트, 도쿄 일렉트론 주가가 각각 14%, 15%, 19%가량 뛰었다. 업종별로는 해운업이 16% 치솟으며 선두를 달렸다.
특히 일본 수출 기업들을 중심으로 팽배했던 실적 불안이 일부 해소된 점이 증시 반등에 주요했다는 평가다. 닛세이자산운용의 콩잉 미쿠니 자산운용 수석 이사는 "투자자들이 기업의 펀더멘탈에는 변화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급격한 하락에도 투자 행태를 바꾸지 않고 실적과 통계를 차분히 감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서비스업 경기 지표가 개선되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다소 완화된 것도 훈풍으로 작용했다. 앞서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7월 비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1.4로, 4년 만에 최저치였던 전월(48.8)에서 한 달 만에 확장 국면으로 전환했다. 해당 수치는 50을 밑돌면 경기 위축, 50을 웃돌면 경기 확장을 의미한다. 이밖에 6월 일본 노동자 실질임금이 27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도 주가 상승 촉매제로 작용했다.
다만 이러한 반발 매수세의 지속 여부에 대해선 비관론이 잇따른다. 미국과 유럽 증시 모두 큰 폭으로 하락 마감했고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우려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히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닛케이는 "시장이 낙관으로 기운 것이 아니어서 (주가) 급락으로 괴로운 개인 투자자들이 회복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듯하다"며 "당분간은 불안정한 시세가 이어지기 쉬울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오전 한때 146.2엔대까지 올랐던 달러·엔 환율은 오후 3시 40분 현재 145.7엔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전일 종가는 143.4엔대였다. 필립 증권의 주식 트레이딩 책임자인 마스자와 다케히코는 "엔 캐리 트레이드에 많은 돈을 투자해 주식을 사들였던 사람들의 경우 환율의 전제가 바뀌었다"며 "자금이 부족해 쉽게 위험을 감수할 수 없는 개인과 펀드가 많이 있다"고 진단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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