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가족공원에서 국립한글박물관 야외, 국립중앙박물관 거울못을 일주하는 약 5㎞가량의 코스다. 용산가족공원의 산책로(2㎞)를 한 바퀴 돌아 국립한글박물관과 국립중앙박물관이 연결된 야외전시장을 구경하고 거울못을 한두 바퀴 돌고 4호선 이수역이나 신용산역에 도착하면 5~6㎞ 정도 된다. 요즘처럼 더울 때는 국립중앙박물관 두 건물 사이의 바람길(큰 중앙계단)에 앉으면 1분 만에 땀이 마른다.
용산가족공원 7만5900㎡(2만2960평) 규모로 시원스럽게 탁 트인 잔디밭과 연못, 산책로, 눈길을 끄는 조각작품 등이 발걸음을 바쁘게 한다. 1991년 5월까지 미군 골프장이 있었다. 1992년 서울시가 인수해 공원으로 조성했고, 1997년 11월 국립중앙박물관이 건립되면서 공원면적이 축소됐다.
용산가족공원 입구에서부터 한국·프랑스·스위스·독일·영국·미국·캐나다를 대표하는 예술가들로부터 기증받은 조각작품 9점을 차례로 구경하고, 국립한글박물관 뒤뜰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된다. 산책로지만 비교적 숲이 우거져 미르못·미르다리·미르폭포를 지날 때는 간혹 안개가 피어올라 기이한 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마치 용이 콧김을 내뿜는 느낌이다. '미르'는 용을 뜻하는 옛말로 박물관이 위치한 용산이라는 지명을 땄다.
'용의 숨결'을 지나면 국립중앙박물관 야외 전시장으로 들어선다. 영거화상탑(국보 104호), 흥법사 진공대사탑과 석관(보물 365호), 보신각종(보물 2호, 미세균열로 1985년 이곳으로 옮겼고, 현재 보신각종은 1896년 새로 만든 종), 개성에서 옮겨온 남계원 터 칠층석탑(국보 100호) 등을 보며 탑돌이도 할 수 있다.
탑돌이를 마치면 탁 트인 하늘과 연못을 만난다. 박물관의 모습이 못에 비친다고 해서 '거울못'이다. 거울못 주변을 걷다 청자정(靑瓷亭)에 올라 거울못에 비친 박물관의 흔들리는 외관을 보는 잠시 구경하는 것도 좋다. 청자정은 2009년에 건립된 한국박물관 개관 100주년 기념 상징물이다.
거울못을 두어 바퀴 돌았으면 길 건너 동부 이촌동 아파트 숲으로 가 대중교통을 이용해 귀가하거나, 남산이나 한강으로 나가 더 걸을 수 있다. 역사와 예술이 공존하는 독특한 걷기 공간이 용산가족공원·거울못둘레길이다. 퇴근 이후 2시간 정도만 투자하면 즐길 수 있는 걷기 코스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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