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전기 공급만으로 제거(순도 95% 이상 포집)할 수 있는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는 지구 평균 기온을 높인다. 이는 극단적 기상현상과 해수면 상승, 생태계 파괴 등 심각한 환경문제를 야기하는 주범으로 지목된다.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이 이산화탄소 기반의 연료 및 화학제품 생산 등에 접목되면, 이러한 문제를 일정부분 해소하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KAIST는 생명화학공학과 고동연 교수 연구팀이 순수 전기만으로 작동해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수 있는 탄소 포집기를 개발·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29일 밝혔다.
연구팀은 전기 가열원이 이산화탄소 흡착제와 한꺼번에 대량으로 생산될 수 있는 기술을 자체 개발하고, 이를 통해 벤치 규모의 직접 공기 포집 시스템을 구현했다.
이 기술은 외부 열에너지의 공급 없이 순수 전기만으로 구동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무엇보다 연구팀은 개발한 공기 포집 시스템의 부피가 매우 작아 기존 탄소 포집기가 적용될 수 있는 영역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공기 중 극미량(0.04%) 존재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을 기술 수준 하단에서 상단까지(실험실 단계에서) 상업적 규모로 확대하는 것은 그간 매우 어려운 일로 여겨졌다.
대기 중 낮은 농도의 이산화탄소를 효과적으로 포집하기 위해서는 매우 효율적인 흡착제가 필요하고,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경제·효율적으로 분리하는 시스템을 갖춰 모든 과정을 대규모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안정·일관성 있는 공정이 보장돼야 하는 까닭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전기 가열원이 통합된 흡착제 및 시스템을 개발해 이산화탄소 포집기의 성능을 극대화했다.
이때 흡착제는 대량 생산이 가능하며, 넓은 비표면적을 제공해 이산화탄소를 더 효율적으로 흡착할 수 있게 했다. 또 빠른 흡착 및 탈착 속도와 반복적 사용에도 변형이 적은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탄소 포집기는 고성능 흡착 소재에 이산화탄소를 흡착한 후 전기로 작동하는 가열원으로 발생시킨 열을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추출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이 높고, 정밀한 온도 제어가 가능하다.
특히 이 시스템은 재생에너지로만으로도 가동이 가능할 만큼 에너지 효율성이 높다. 이는 전기에 접근성이 있는 모든 지리적 환경에 배치할 수 있게 한다. 다양한 장소에서 이산화탄소 포집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로는 현재 실험실에서 하루 1~3㎏의 이산화탄소를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향후에는 하루 포집량 규모를 1t 이상으로 늘려 대규모 사업장에도 배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용도 뿐 아니라 화력발전소, 시멘트 공장, 철강 공장 등 대규모 이산화탄소 배출원을 대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사우디 아람코-KAIST 이산화탄소 연구센터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연구를 통해 개발한 기술은 김규남 박사과정 연구원의 학생 창업기업(소브)을 통해 기술 상업화가 추진되고 있다.
김규남 박사과정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대기 오염 문제 해결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는 중요한 성과“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기술을 발전시키고, 실제 산업현장에서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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