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판다가 게으른 동물이라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판다를 보면 대체로 행동이 느릿느릿해 보인다. 날렵하게 나무를 타고 이동하거나 빠르게 땅을 달리는 모습을 보기도 어렵다. 게다가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먹는 데 소모한다. 동물원의 판다를 촬영한 영상을 보아도 먹는 장면이 많다. 주로 식물을 먹고 사는 판다의 특성상 먹잇감을 사냥하려 애쓰는 모습도 없다. 좋아하는 나무 열매를 먹기 위해 힘들게 높은 곳에 기어 올라가지도 않는다. 다른 초식동물처럼 적의 공격을 피해 열심히 도망 다니거나 숨으려 애써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어슬렁거리며 걸어가서 먹이를 먹고 또 먹는 것으로 하루를 보낸다. 먹이를 다 먹은 판다가 그다음으로 하는 일은 자는 것이다. 그러므로 판다의 삶은 먹고 자고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러니 사람들이 게으르다고 말할 법도 하다.
가만 보면, 몇몇 언론 매체는 판다가 게으르다고 말하는 것을 즐기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둥글둥글 평화로워 보이는 판다가 알고 보면 굉장히 힘겹게 사는 동물이라고 밝히기보다야 별로 걱정거리 없이 산다고 해야 그 모습에 더 어울리고, 더 귀여워 보인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가끔은 판다가 이렇게 게으르고 별 하는 일 없는 동물이기 때문에 혹독한 야생에서는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때도 있다. 게으른 판다는 생존경쟁에서 뒤처져 모두 사라져버릴지도 모르니 사람이 나서서 판다를 보호해야 한다는 쪽으로 이야기가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판다는 정말 게으를까? 그 말은 사실 꽤 오해가 섞인 표현일 수 있다.
판다가 삶의 대부분을 먹고 자는 데 보내는 것은 맞다. 먹고 자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을 보고 게으르다고 말하는 뜻으로 판다가 게으르다고 말할 수는 있다. 분명 판다는 주간 업무 보고서 작성을 위해 아침 일찍 출근한다든가, 급한 고객 주문을 맞추기 위해 철야 작업을 하는 등의 일을 하지는 않는다. 한국인의 평균 일상과 비교하면 판다는 충분히 게을러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판다가 먹고 자고만 한다는 말에는 우리가 모르는 사실이 숨겨져 있다.
-곽재식, <판다 정신>, 생각정원, 1만8000원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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