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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팬덤]⑤'팬덤 공포' 걱정하는 지지자들…"반복되는 극단 정치에 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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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적인 분위기, 무조건적인 지지에 질려
다양성 죽이는 독선적인 리더십 위험

편집자주한국 정치에서 '팬덤'은 이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팬덤이 정치를 지배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민주당은 문재인 전 대통령에 이어 이재명 전 대표까지 팬덤이란 정치적 자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동훈 신임 국민의힘 대표 역시 팬덤을 중심으로 당권까지 잡았다. 다만 팬덤은 극단적인 행동을 보여서 정치 양극화를 초래하고 갈등을 확대 생산한다는 지적도 받는다. 팬덤 정치의 실태와 이유를 진단·분석하고 변화 가능성을 따져보았다. ①"한동훈은 도구" "이재명은 적격" ②온·오프 넘어 유튜브, 언론까지 활동 확산 ③책 사서 변호사비 모으고 SNS 릴레이 후원 ④숫자 많은 '재명이네 마을' vs 조회수 높은 '위드후니' ⑤ '팬덤 공포' 걱정하는 지지자들
[정치팬덤]⑤'팬덤 공포' 걱정하는 지지자들…"반복되는 극단 정치에 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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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 제 이름 절대 넣지 마세요."


자신을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자라고 밝힌 송모씨(21·남)는 정치 팬덤에 공포감을 갖고 있었다. 공포의 근원은 국회의원에게 쏟아지는 문자 폭탄 등 직간접적인 위협이 자신에게도 향할 수 있다는 걱정이었다. 송씨는 행정가로서의 면모, 기본소득 등 정책 때문에 이 전 대표를 지지하는 사람이라고 연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팬덤에 기대는 모습을 보이는 민주당에 대한 실망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지지자들이 적극적인 활동을 하는 건 좋은데 선을 넘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전 대표의 대권 가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텐데 말이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아시아경제는 보수 및 진보 진영을 각각 지지하지만 팬덤 정치에는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들을 만났다. 이들은 정치에서 대화를 용납하지 않는 팬덤의 모습이 중도층을 멀어지게 할까 봐 우려했다. 민생에 신경 쓰지 않고 팬덤에만 집중하는 정치인에게는 피로감을 호소했다.


"대화가 안 통하는 팬덤들"
[정치팬덤]⑤'팬덤 공포' 걱정하는 지지자들…"반복되는 극단 정치에 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당 대표 출마선언을 하기 위해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서던 중 지지자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이들은 팬덤이 대화가 불가능한 존재로 봤다. 정치의 기본인 건강한 비판마저도 팬덤 사이에서는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송씨는 이 전 대표의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 가입하지 않았다. 정치와 관련된 토론을 하고 싶지만, 재명이네 마을의 공격적인 분위기가 싫어서다. 국회의장 후보 경선 당시, 이 전 대표의 강성 팬덤들이 추미애 민주당 의원이 아닌 우원식 국회의장을 뽑은 사람을 색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 역시 송씨가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송씨는 이 전 대표의 팬덤들이 과거 이 전 대표 역시 비주류였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도 과거 당의 비주류였지 않나요. 그런데 지금 이 전 대표의 팬덤들이 나서서 이 전 대표를 비판하는 사람을 공격하고 비주류로 만들고 있습니다. 이건 옳지 않아요."


급부상하는 정치 팬덤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부정적 의견도 존재했다. 김모씨(29·남)는 한 대표의 지지자를 보면 "아이돌 팬덤"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한 대표 팬카페 '위드후니'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한 대표의 외모를 칭찬하는 게시물들을 예시로 들었다. 한 대표의 팬덤들은 위드후니에서 한 대표의 사진을 공유하며 "잘생겼다" "뒷모습도 반듯하다" "손잡아보고 싶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하기도 한다. 김씨는 "이번 총선에서 한 대표의 행보가 중도층 민심과 거리가 멀다는 게 여실히 드러났다"며 "이조 심판(이재명·조국 심판) 말고는 보수로서 내세운 국가 비전이 없는 것 같은데 팬덤들은 이런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고 무조건적 지지를 보이고 있다. 이 전 대표를 지지하는 극성 지지층인 개딸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팬덤과 가까워지는 정치인…중도층과 멀어질까 우려

민주당은 당원 중심 정당을 표방하며 당 운영에 있어 '당심'(黨心)을 반영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 당 대표 예비경선에서는 권리당원 투표 25%를, 국회의장단 후보자와 원내대표 선출 시에는 권리당원 투표를 20% 반영하기로 했다. 이 전 대표 역시 지난 11일 당 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면서 "민주당을 당원 중심의 대중적 민주정당으로 확실히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송씨는 당원 중심 행보를 보이는 이 전 대표가 오히려 독재자로 보일까 봐 걱정했다. 당원만 감싸다가 오히려 대선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다. 송씨는 민주당이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 당심을 반영하기로 결정한 것을 예로 들었다. "민주당이 영원히 원내 1당일 수는 없잖아요. 언젠가는 국회의장직을 국민의힘에 넘겨줄 수도 있는데 뒷감당을 어떻게 할 건지 모르겠어요. 스스로 업보를 쌓고 있다는 느낌이에요."


[정치팬덤]⑤'팬덤 공포' 걱정하는 지지자들…"반복되는 극단 정치에 피로"

실제로 민주당의 지지율은 정부·여당이 인기 없는 상태임에도 답보 상태다. 중도층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이달 23~25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상대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의 지지율은 27%로 국민의힘(35%)보다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부정평가는 63%로 집계되지만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을 민주당이 담아내지 못하는 셈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의 의뢰로 이달 15~19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06명을 상대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의 지지율은 33.2%로 윤 대통령의 지지율 34.5%보다 낮았다.


19대 대선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 20대 대선에서는 윤 대통령을 뽑는 등 중도층으로 분류되는 최모씨(31·남)는 이 전 대표와 윤 대통령 간 큰 차이를 못 느끼겠다고 말했다. 굳이 구분하자면 이 전 대표는 어떤 일이 있든 지지해주는 강한 팬덤이 존재하고 윤 대통령은 인기가 없다는 정도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의 가장 큰 단점 중 하나가 독선적이라는 것인데 이 전 대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당원의 뜻을 따랐을 뿐'이라고 하지만 일부 당원이 문자 폭탄을 보내는 방식으로 당내 다양성을 죽일 때 이 전 대표는 사실 방치하고 있잖아요."


협치 원하지만…"기대는 안 한다"
[정치팬덤]⑤'팬덤 공포' 걱정하는 지지자들…"반복되는 극단 정치에 피로" 우원식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가 16일 국회 의장실에서 회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우 의장,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팬덤에 속하지 않은 이들은 정치권의 협치를 주문하면서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송씨는 "정치가 극단적 팬덤만 바라보다 보니 양쪽으로 갈라지고 있다"며 "현재 정치 관련 대화는 건설적 토론이나 의견 공유가 아닌 꼬리잡기에 불과해 피로하다"고 호소했다. 김씨는 결국 피해 보는 건 국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거대 야당은 상임위에서 독주하고 대통령은 거부권을 쓰는 방식으로 대응하면 피해는 국민만 본다"며 "정치인들이 살아남기 위해 팬덤에게 존재감을 보이는 데만 신경 쓰면 중요한 민생이나 행정, 경제 등에 누가 관심을 가지겠나"고 하소연했다.


팬덤을 기반으로 한 정치가 정치 양극화를 가속할 것이라는 우려는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한국행정연구원의 '한국의 정치 양극화 현황과 제도적 대안에 관한 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보수와 진보 진영의 갈등이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92.6%에 달했다. 영남과 호남 간 갈등(84.3%), 부유층과 서민층 간 갈등(80.6%)보다 정치 진영 간 갈등이 극심하다고 인식하는 국민이 더 많은 셈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팬덤 정치가 지난 1월 이 전 대표에 대한 테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피격 사건 등 부정적인 징후를 보인다"며 "계속해서 정치가 과격한 팬덤을 밀어내지 못한다면 중도층은 정치적 무관심을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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