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냉각’ 도료의 상용화를 앞당길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한국연구재단은 경기대 박상윤 교수와 홍동표 박사, 유영준 박사 공동연구팀이 습한 환경에서 도료가 마를 때 냉각성능이 저하되는 원인을 규명, 소량의 강화제를 첨가해 성능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연구팀은 우선 다공성 고분자 복사냉각 도료가 건조 습도의 증가에 따라 냉각성능이 급격하게 저하되는 것을 최초로 규명했다. 건조 습도가 다른 환경에서 기존 복사냉각 도료의 성능을 관찰했을 때 상대 습도가 30%를 넘기면 성능이 저하되고, 45% 이상에서는 오히려 복사 발열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또 이러한 과정을 전자현미경으로 관측·분석해 도료가 마를 때 높은 습도에서는 기공이 편평해지고, 크기가 작아지는 등 다공성 구조가 붕괴돼 근적외선 영역에서의 태양광 반사율이 크게 떨어지는 것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건도 습도에 따라 냉각성능이 저하되는 것을 방지할 방법도 제시했다. 강화제인 흄드실리카를 이용해 고분자 매트릭스의 기계적 강도를 높임으로써 구조적 안정성을 개선하는 방식이다. 흄드실리카는 비표면적이 높고, 소량의 첨가로도 강도를 높일 수 있어 기공구조의 붕괴를 막는데 유용하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실제 흄드실리카를 첨가한 도료는 상대습도 60% 이상에서도 기공 구조와 냉각성능이 유지되는 것이 확인됐다. 이는 미국의 연평균 오후 습도를 기준으로 계상했을 때 적용 가능한 면적 범위가 950% 증가한 수치다.
박상윤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존 복사냉각 도료에 고분자 강화제를 첨가해 상용화 허들을 제거하는 핵심기술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며 “미국,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이 복사냉각 도료의 상용화에 집중하는 상황임을 고려해 우리나라가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게 산학연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복사냉각은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 빛의 흡수·반사를 제어해 복사열을 내보내 온도를 낮추는 기술이다. 그간 페인트 등 도료에는 다공성 고분자 막을 형성하는 방식으로 연구가 진행됐다.
복사냉각 기술은 친환경 냉각기술로 주목받는다. 태양광의 선택적 반사·흡수로 열을 방출하는 기능 덕분이다. 특히 페인트 형태의 복사냉각 도료에 다공성 고분자 막을 형성하면 큰 면적에 적용하기가 용이하고, 저비용에 우수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기존에 개발된 다공성 고분자 복사냉각 도료는 온·습도 등 환경조건에 따라 냉각성능 편차가 큰 까닭에, 실외 적용이 어려운 등의 한계로 상용화가 더디게 진행됐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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