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본 "환자 생명·건강 위협 행위 정당화될 수 없어"
의료개혁 재정투자 방안 논의 예고, "과감한 지원"
대법원 판결로 우위… 남은 집행정지 신청도 기각될 듯
정부가 전날 대법원이 의대증원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최종 기각한 데 대해 "환영한다"며 의료계를 향해 "정원 재논의를 고집할 것이 아니라 의료체계 발전에 힘을 모아달라"고 촉구했다. 향후 정부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세부 개혁안들을 조정해 나갈 예정으로, 이제는 필수의료 특별회계 신설 등 재정투자 방안을 집중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20일 이한경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불법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이 본부장은 이날 대법원의 기각 판결을 강조하며 현장을 떠난 전공의, 의대생과 불법 진료거부를 계속하고 있는 일부 의사들에게 복귀해달라고 말했다. 특히 정부의 의료개혁에 대해 "의료계에서 오랜기간 요구해왔고 지금도 요구하고 있는 의료전달체계 정상화, 필수의료 보상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등이 포함돼 있다"며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날 예정된 제4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다룰 의제들도 언급했다. 이 본부장은 "의료인력 수급 추계 및 조정시스템 검토방향, 국민 참여 소통계획과 함께 의료개혁 관련 재정투자 방안을 논의한다"며 "재정을 집중 투입하기로 한 의료개혁 중점 분야에 대한 안정적이고 과감한 지원을 위해 필수의료 특별회계와 지역의료발전기금 등을 신설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하겠다"고 부연했다.
문제는 대한의사협회(의협) 주도로 의대교수 단체, 대한의학회 관계자 등이 함께 출범하는 '범의료계 대책위원회'의 향후 행보다. 의대증원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을 해소하려면 의료계의 단일화된 소통 창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출범하는 것으로 의협은 앞서 "정부의 입장 변화가 없으면 의협을 중심으로 대한의학회, 전의교협, 전의비 등이 포함된 범의료계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대응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다만 전공의 단체가 불참 의사를 밝혀 '반쪽' 출범도 우려된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합의되지 않은 내용을 언론에 언급하면 선을 그을 것이라고 분명하게 말했다"며 "범의료계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에 대해서는 들은 바 없다"고 밝힌 상태다.
정부로서는 전날 대법원의 판단으로 이번 의대증원 갈등에서 완전한 우위를 점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산발적으로 제기된 소송전이 사실상 의료계의 '완패'로 마무리된 셈으로, 대법원은 "장래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 상황에서 증원배정의 집행이 정지될 경우 국민의 보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의대 정원 증원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의대 증원으로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의료계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증원배정이 당장 정지되지 않더라도 2025년에 증원되는 정원은 한 학년에 불과하므로 의대 재학생인 신청인들이 받게 되는 교육의 질이 크게 저하될 것이라고 보기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전날 대법원이 명시적인 판단을 내놓으면서 정부와 의료계가 의대 증원을 두고 벌인 소송전도 사실상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서울고법에는 각 대학 총장을 상대로 의료계가 낸 집행정지 신청이 10건 넘게 계류 중인데, 대법원 판단을 따라 기각·각하될 전망이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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