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러 "젊은이들에게 희생정신 부여"
美 국방부 병력모집 미달…4만명 부족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일부 측근인사들이 미국의 징병제 부활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당장 11월 대선을 앞두고 청년 지지층의 대거 이탈을 불러올 수 있는 문제라 트럼프 전 대통령과 선거캠프 측은 해당 주장에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중국·러시아의 군비확장과 지정학적 위험 속에서 매해 병력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군 상황을 고려하면 다음 정부에서 실제 징병제 부활논의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인 크리스토퍼 밀러 전 국방장관 직무대행은 차기 보수정권의 국정과제를 담은 '프로젝트 2025' 보고서에서 연방정부 지원 학교의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군직업적성검사(ASVAB)를 의무적으로 보게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군에 의무복무하는 것은 젊은이들에게 희생정신을 주입할 수 있는 통과의례"라며 "젊은이들이 서로를 배우고 의지하게 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징병제 부활을 강력히 주장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다른 측근들도 최근 징병제 부활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 트럼프 대선캠프에서 부통령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공화당의 J. D. 밴스 상원의원은 "군 복무 인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면서 "난 의무 복무라는 발상을 좋아하며 전시에 국한해서 말하는 게 아니다"라고 최근 인터뷰에서 밝혔다.
트럼프 정권 국방부에서 입법업무 담당 차관보를 지낸 로버트 후드도 "(국가로부터) 받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주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데 우리 모두 받기만 하고 주는 사람이 없으면 이 나라는 망할 것"이라며 군 의무복무에 대한 찬성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선거캠프는 징병제 부활 논란이 일자 즉각 가능성을 일축하며 반박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Truth Social)을 통해 "가짜 뉴스 WP가 트럼프 대통령이 군 복무를 요구할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생각을 내놓았다"며 "그 이야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그런 생각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자칫 징병제 부활 이슈가 청년 지지층의 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차기 정권에서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어느 쪽이 집권해도 징병제 부활 논의는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WP는 지적했다. 실제 미국 국방부는 지난해 전체 모병 실적에서 목표치보다 4만1000명 미달했으며 해병대와 우주군을 제외한 모든 군에서 미달사태가 발생했다. 특히 미 육군은 모병의 어려움이 커졌다며 젊은 미국인의 71%가 비만이나 마약사용, 건강과 비행문제 등으로 입대 자격이 없다고 밝혔다. 이로인해 현재 미국 전체 인구의 1%만이 군에서 복무 중이라고 WP는 전했다.
한편 미국은 과거 1973년 베트남 전쟁 종전 직전에 징병제를 폐지한 이후 줄곧 모병제를 유지했다. 특히 역대 대통령과 집권 여당에서는 청년층 지지율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는 징병제 부활 및 의무복무 재개에 대해 언급 자체를 회피해왔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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