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왜 워딩 선점이 중요한 걸까요? 그건 시간이 지나며 끊임없이 생성되고 소멸되고 혹은 수정되는 언어의 기본적인 특징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 스스로 우리 브랜드를 잘 나타낼 수 있는 특정한 워딩 하나를 제시했다고 하더라도 소비자나 사용자들은 이 워딩을 긍정적으로 혹은 부정적으로 계속 만들고 수정해나갈 확률이 높습니다.
그런데 이때 인식이 한 번 잘못 박힌 워딩은 그걸 제자리에 돌려놓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사람들은 실체를 보지 않고 그 워딩 자체에서 느껴지는 이미지만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훨씬 많거든요.
따라서 여러분은 늘 고객들의 반응을 수집하면서 긍정적인 워딩은 바이럴이 될 수 있도록 물 밑에서 끌어올리는 노력을 해야 하고, 혹시라도 브랜드 이미지에 훼손이 될 만한 워딩들은 미리 적합한 대체어를 제시해서 분위기를 반전시키거나 적어도 여론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보호막을 쳐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제로 이 워딩 선점을 잘 활용해서 기대 이상의 효과를 보고 있는 브랜드들이 정말 많습니다. 요즘 온라인에서 책을 구매하면 수도권에서는 대부분 당일에 받아볼 수 있는 경우가 많죠. 다른 제품군에 비해 유독 빠른 배송 덕분에 책 구매자들 사이에서는 '출근할 때 주문하면 퇴근할 때 문 앞에 와 있다'는 말이 농담 같은 진담으로 SNS에 퍼지곤 했습니다.
그런데 모 인터넷 서점 사이트는 이 워딩을 가볍게 지나치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타 사이트가 '당일 배송', '○○시 이전 배송 가능'이라고 배송 시점을 표현하고 있을 때 홀로 과감하게 '잠들기 전 배송'이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한 것이죠. 덕분에 '지금 주문하면 오늘 잠들기 전에 침대에서 이 책을 좀 읽다가 주무실 수 있어요'라는 느낌을 전달함과 동시에 '일단 장바구니에 넣어놓고 내일 주문해야지' 하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주문 시점을 더 앞당기는 효과까지 가져왔습니다.
동일한 기능과 효용을 제공하더라도 어떤 단어를 선점해 어떤 경험을 전달할지를 결정하는 것이 브랜드 언어를 만들어가는 핵심이라는 걸 적확하게 보여주는 사례였죠.
-김일리, <브랜딩을 위한 글쓰기>, 위즈덤하우스, 1만8000원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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