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는 자유롭게”
과거와 달라진 의전 문화
법원 내부에서 이동할 때 ‘삼각편대’를 유지하던 재판부의 모습이 최근 들어 변하고 있다. 고리타분하고 경직된 의전 문화가 점점 사라지고 개인 생활을 존중하는 문화로 바뀌고 있다. 특히 법원에도 ‘MZ세대(MZ Generation,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아우르는 말)’의 비율이 늘어나면서 이러한 변화는 점점 가속화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보통 합의부 판사들이 점심식사를 하?러 갈 때 재판장인 부장판사가 가운데 위치하고 배석판사가 그 뒤 좌우에서 학 날개처럼 움직여 ‘삼각편대’를 이룬다. 의전 문화의 상징이다. 하지만 이 문화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일부 재판부에서는 점심식사를 각자 따로 하는 곳도 생겼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정기인사 이후 새로운 사무분담이 적용되면서 재판부 인사를 했는데 따로 식사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있어 그렇게 하도록 했다”며 “처음에는 어색한 느낌이 들었지만, 오히려 편한 부분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재판부가 함께 식사하는 경우가 주 1~2회 정도로 줄어들고 이런 추세가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며 “점심시간은 휴식시간인 만큼, 상사나 동료를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보낼 수 있어야 하는 인식이 보편화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특히 한 재판부에 배속돼 같이 근무하는 재판연구원(로클럭)과 실무관들 가운데 MZ세대가 많아지면서 근무 형태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한다. 이전에는 미리 재판부와 휴가 일정 등을 논의했으나 요즘엔 갑작스럽게 휴가를 쓰거나 반드시 업무 논의를 대면으로 하기보다 메신저를 통해 논의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한 판사는 “업무적인 논의는 서로 마주하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익숙하고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메신저나 유선으로 하기를 원하는 실무관도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로스쿨을 마치고 곧바로 법원에 들어온 재판연구원 중에는 로스쿨 때 하던대로 법원에서도 그대로 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재판연구원이 부장판사의 지시나 판결 관련 논의를 녹음한 사례였는데 해당 재판연구원은 “로스쿨에서 수업 내용을 녹음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그랬다”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사법연수원 출신 부장판사들은 “처음 겪는 생소한 일이었다”는 반응을 내놨다.
이러한 법원내 생활 및 회의 문화 등의 변화에 대해 법원 내부에서는 사회적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의견이 많지만, 자칫 소통 단절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근거리에서 매일 매일 접촉해야 가능한 도제식 교육이 불가능해지고 이로 인해 재판부 소통이 어려워져 자칫 재판 지연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다.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예전에 비해 법원 내 권위 의식이 많이 사라지고 서로 공경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많지만, 그만큼 서로 대화가 단절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부장판사는 “‘삼각 편대 이동'으로 압축되는 법원 내 서열문화가 비합리적인 측면도 분명 있었지만, 합의부의 경우 사건에 대한 실질적 토론이 가능했던 건 장점”이라며 “새로운 변화는 환영하지만 ‘예전만큼 일을 열심히 하는지’를 놓고 제기되는 의문을 불식시키려면 법원 구성원들이 더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수현, 홍윤지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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