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와 행색 등을 근거로 조현병 환자 간주
퇴소 후 소송 진행했으나 보상금 현저히 적어
과거 미국에서 '알 수 없는 말'을 한다는 이유 등으로 정신병원에 10년 넘게 입원해야 했던 멕시코 원주민 사건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10일 연합뉴스는 유엔과 BBC의 라틴뉴스 BBC 문도 등을 인용해 지난 4~5월 멕시코에서 '무키 소팔리릴리 알리구에 가위치 니루가메'('별들과 산들의 여자'라는 뜻의 라라무리 원주민 어)가 상영됐다고 전했다. 산티아고 에스테이노우 감독의 연출작인 이 작품은 리타 마티뇨 킨테로(1930∼2018)의 실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는 미국 정신병원에 10년 넘게 갇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 북부 치와와주 라라무리(타라우마라) 원주민이었던 마티뇨는 춤과 노래를 좋아하며, 약초 사용에 능숙하고, 많은 양을 치던 여성이었다. 그러다 미국과의 국경 보안이 비교적 느슨했던 1983년 길을 잃고 헤매다 강과 계곡, 산을 건너 미국 중부 캔자스주까지 이르렀다.
당시 더러운 옷을 입고 다리에 상처투성이였던 마티뇨는 교회에서 날달걀을 먹다 목회자에게 적발됐다. 그 뒤 일부 경찰관을 상대로 물리력을 행사하다가 구금됐다. 에스테이노우 감독은 "당시 마티뇨는 스페인어를 거의 하지 못했고 원주민 언어를 썼는데, 제대로 된 통역이 되지 않아 현지 경찰관과의 의사소통에 실패했다"며 "경찰관들은 마티뇨의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마티뇨에 대해 우스꽝스러운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외모와 행동, 말투 등에 근거해" 현지에서 조현병 환자로 간주한 마티뇨는 12년간 사실상 정신병원에 갇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1994년 캔자스주 인권센터에서 5년 이상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던 환자를 검토하면서 병원 입소 12년 만인 1995년에서야 퇴원할 수 있었다. 곧바로 마티뇨는 변호사단체 지원을 받아 병원 등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했지만, 변호인단이 원했던 배상액보다 훨씬 적은 액수(9만 달러·약 1억 2400만원)에 합의하게 됐다.
이 사건을 두고 유엔은 "원주민 언어 사용자는 사법 접근성 측면에서 사회적으로 크게 동떨어져 있다"며 "인권 보장을 위해선 법률 통역사 양성이 시급히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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