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백 번 양보를 하더라도 마케팅과 브랜딩은 각자의 역할이 명확히 구분되어야 하는 존재들입니다. 그 이유는 딱 한 가지죠. 바로 서로 추구하는 목표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른 목적지를 향해 출발한 두 대의 비행기를 놓고서 저 둘을 구분하는 게 큰 의미가 있냐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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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과 브랜딩에 대한 개념을 두부 자르듯 딱 잘라 정의하기는 힘들겠지만 둘 사이의 목표를 구분하자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케팅은 '특정한 행동을 하도록 만드는 것', 브랜딩은 '좋은 인격을 갖도록 노력하는 것'으로 말이죠.
사실 마케팅은 비교적 목표가 명확하고 그 단위 또한 세세하게 구분되어 있습니다.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가 팔리도록 하거나, 많은 사람이 우리를 인지하도록 만들거나, 회원 가입/다운로드/이벤트 참여/게시물 작성 등 정해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구체적인 행동을 유도하는 대부분의 활동이 마케팅에 속하기 때문이죠. 마케터의 직무나 타이틀이 다양하게 나뉘어 있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반면 브랜드는 상품, 서비스, 나아가 기업이 가지는 하나의 인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브랜딩이라는 건 그 제품과 서비스의 밑바탕을 이루는 철학, 가치관, 본질 등의 총합인 셈이죠.
아마도 어떤 브랜드가 마음에 든다고 했을 때 왜 그 브랜드가 좋은지를 물으면 뭔가 하나 콕 집어 대답하기가 어려웠던 경험이 있을 겁니다. 그건 우리의 표현력이 부족해서라기보다 브랜드 자체가 여러 속성으로 이루어진 종합 선물 세트 같은 형태로 다가오기 때문이죠. 그러니 마케팅이 '나 너 좋아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여러 활동을 전개하는 거라면, 브랜딩은 상대가 나에게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육하원칙에 빗대어보자면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에 해당하는 것은 마케팅에 더 가깝지만 '누가', '왜'라는 항목은 브랜딩에 더 가까운 거죠. '우리는 누구이며, 왜 존재해야 하는가'가 브랜딩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질문임을 재차 떠올려본다면 이 두 개념이 조금은 선명하게 다가오실 겁니다.
-김일리, <브랜딩을 위한 글쓰기>, 위즈덤하우스, 1만8000원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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