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제재 콘텐츠 조회수 폭발
피해자에겐 '2차 가해' 지적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밀양 집단 성폭행 가해자의 신상이 잇달아 공개되면서 사건의 재공론화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 동의를 구하지 않은 사적제재가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경남경찰청에는 밀양 성폭행 유튜브 영상들과 관련해 무단으로 개인 신상을 공개해 명예를 훼손했다는 취지의 고소장이 5건 접수됐다. 유튜브 채널 나락보관소는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총 3명의 밀양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의 직업, 신상, 나이를 공개했다가 현재 삭제한 상태다. 해당 영상은 5일 만에 조회 수 331만건을 기록했고, 다른 영상 역시 게시 2~3일 만에 모두 조회수 100만건을 넘어섰다. 유튜버들이 사적제재 콘텐츠를 올리는 이유는 높은 조회수로 큰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상에서는 밀양 성폭행 관련 내용이 빠르게 재확산됐다. 이는 2004년 12월 고교생 44명이 울산 여중생 1명을 밀양으로 꾀어내 1년간 지속적으로 성폭행한 사건이다. 당시 울산지검은 가해자 중 10명(구속 7명·불구속 3명)을 기소했고, 20명이 소년원으로 보내졌다. 나머지 가해자는 피해자와 합의했거나 고소장에 포함되지 않아 '공소권 없음' 결정이 났다.
이번 가해자 신상 공개는 피해자 동의 없이 이뤄졌다는 데 문제가 있다. 나락보관소는 지난 5일 "피해자 가족과 가해자의 신상을 모두 공개하는 쪽으로 대화가 마무리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입장문을 통해 "피해자는 첫 영상이 게시되기 전까지 해당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피해자에게 사전 동의와 질문을 받은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유튜버는 7일 "밀양 피해자분들과 긴밀한 이야기를 나눴다. 피해자분의 간곡한 요청이 있었다. 제가 제작한 밀양 관련 영상들도 전부 내렸다. 구독도 취소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2020년에도 사회적으로 큰 공분을 샀던 한 아동 성폭력 가해자가 출소하자 유튜버들이 그의 집 앞에서 난동을 부리고 '범죄자 참교육'이라는 라이브 방송을 송출하며 후원을 요청했다. 이에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유튜브에 영상 송출 중단을 요청하는 한편 "피해자의 잊힐 권리를 배려해 달라"고 호소했다.
현혜순 한국여성상담센터장은 "유튜버는 정의를 추구하겠다는 미명하에 사적제재를 한다지만 이 과정에서 가해자가 언급되고 과거 일이 다시 상기된다. 이는 치유와 회복의 시간을 가지고 있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면서 "처벌 수준이 합당하지 않다면 사법 체계의 개선을 통해 고쳐나가야 할 부분이다. 유튜버들의 사적제재는 피해자 회복에 대한 권리를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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