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 3분의 1가량 반파…보존 처리 뒤 전시
태조 이성계 무덤 앞에 놓인 둥근 돌 일부가 교체된다. 3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궁능유적본부 산하 조선왕릉동부지구관리소는 최근 구리 동구릉 내 건원릉의 고석(鼓石) 보존 처리 계획을 문화유산위원회에 보고했다.
고석은 북 모양으로 생긴 둥근 돌이다. 봉분 앞에 놓인 혼유석(魂遊石)을 떠받드는 다리 역할을 한다. 둥근 면에 잡귀로부터 혼유석을 지키는 귀면(鬼面·귀신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혼유석은 넋이 나와 놀도록 한 돌이다.
왕릉을 구성하는 주요한 석물인 고석은 건원릉에 다섯 기가 조성됐다. 여기서 한 기는 3분의 1가량이 반파됐다. 정비와 보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다. 2020년 국가유산청이 발간한 '구리 동구릉 역사 경관 복원·정비 연구' 보고서에도 '고석 한 기의 훼손 부분을 교체 또는 보존 처리할 필요가 있다'라고 쓰여 있다. 언제 어떻게 부서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국가유산청은 상태가 좋지 않은 고석을 보존 처리한 뒤 역사문화관에 전시한다. 빈자리에는 기존 고석과 같은 석물을 새로 제작해 대체한다. 나머지 고석 네 기와 혼유석도 함께 손본다. 궁능유적본부 측은 "표면에 있는 이끼류 등 오염 물질을 제거하고 부서지거나 마모된 흔적 등을 보존 처리할 계획"이라면서 "이달부터 약 3개월간 작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건원릉은 조선왕릉 제도의 표본이나 다름없다. 형태는 고려 공민왕의 무덤 양식과 흡사하나 석물 조형과 배치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다른 왕릉과 달리 잔디가 아닌 억새로 덮여 있다는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조선왕조실록 등에 따르면 태조의 유언에 따라 그의 고향인 함경도 함흥 억새를 옮겨와 봉분을 조성했다고 전한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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