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공룡의 합치기 전례 없는 규모
WTI가 브렌트유·두바이유보다 저렴한 이유
미 인플레이션 둔화에 도움줬다는 분석
이 가운데 OPEC+ 석유 감산 연장 조치
향후 유가가 미 대선 변수로 떠오를 것
최근 미 화석연료 업계 간 세기의 합종연횡 붐이 일면서 이들의 지난 1년간 인수합병(M&A) 규모가 280조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브렌트유·두바이유 등 타 생산국 원유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게 형성돼 있는 것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이는 미국 인플레이션을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을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新) 석유수출국기구(OPEC) 연대체의 원유 감산 연장 조치가 발표된 가운데 앞으로 유가의 향방이 미 대선의 중요한 이슈로 작용할 전망이다.
3일 에너지 컨설팅업체 리스타드 에너지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엑손모빌, 셰브런, 다이아몬드백에너지, 옥시덴탈 페트롤리움, 체사피크 등 미 화석연료 업체가 발표한 M&A 거래 규모액은 1940억달러(약 280조원)에 이른다. 이는 1년 전 동기간 대비 약 3배 급증한 액수다. 미 3위 에너지 업체인 코노코필립스도 지난달 마라톤오일을 225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미 화석연료 업계 구도는 대기업 간 기 싸움으로 변화하는 모양새다. 그간 셰일 오일 주요 생산지인 텍사스주의 퍼미안분지를 축으로 여러 업계가 나눠 시추하는 구도가 형성돼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 최초 합종연횡 붐을 촉발시킨 엑손모빌이 600억달러로 파이오니어를 사들인다고 발표하면서 미 대형 화석연료 업계가 너도나도 군소 업체 쇼핑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이제 미 유전 셰일 오일 생산지의 3분의 2는 단 6개 업체 손에 맡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화석연료 업계의 독과점 우려도 나오지만 미 경쟁당국은 일단 제동을 걸고 있지 않다는 점에 주목한다. 지난달 연방거래위원회(FTC)가 ‘M&A 풍향계’로 통했던 엑손모빌의 인수 건을 스콧 셰필드 전 파이오니어 최고경영자(CEO)의 엑손모빌 이사회 배제라는 비교적 낮은 규제 수준으로 승인하면서다.
업계 내 합병 움직임은 원유 생산 비용을 낮춰 유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WTI 가격은 지난달 31일 기준 배럴당 약 77달러로 브렌트유·두바이유(81달러)에 비해 저렴한 데서 드러난다.
한편, OPEC+가 2일 현재 원유 생산 감산 수준을 내년 말까지 연장하기로 발표한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같은 조치가 유가를 상승 압력을 불러올 수 있고, 이는 미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反) 화석연료 기조를 보이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 정권에서 오히려 기록적인 원유가 시추되고 ‘석유 공룡’의 몸집 부풀리기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대선에서 인플레이션과 소비자 경제 전망이 중요한 척도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WSJ는 “(유가가) 극적으로 오르는 걸 방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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