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지은 자사주 매입 안건 부결…경영권 방어 실패
구본성 전 부회장 아들 구재모씨 신규 이사 선임
신임 대표 선임, 향후 이사회서 선정…구미현씨 물망
이른바 '남매의 난'으로 불린 단체급식업체 아워홈 오너가의 경영권 분쟁이 결국 장남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장녀 구미현씨와 연합을 형성해 과반의 지분을 확보한 구본성 전 부회장 측이 막냇동생인 구지은 부회장의 연임을 무산시키면서 회사 경영권을 둘러싼 남매간 갈등도 일단락됐다.
아워홈은 31일 오전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본사에서 비공개로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구본성 전 부회장 측이 상정한 아들 구재모씨의 사내이사 선임의 건을 통과시켰다. 지난달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선임된 구미현씨와 남편인 이영열씨까지 합쳐 아워홈 사내이사는 모두 세 명이 됐다. 다만 구본성 전 부회장 측이 올린 전 중국남경법인장 황광일씨의 사내이사 선임의 건, 기타비상무이사로 구본성 본인 선임의 건을 부결됐다.
아울러 구지은 부회장의 아워홈 자사주 매입 안건은 부결됐다. 아워홈의 배당 가능 이익인 5331억원으로 1401만9520주 한도(전체 지분의 61%) 내에서 자사주를 사들이겠다는 안이었다. 자사주 매입 안건 부결과 함께 구지은 부회장을 비롯한 현 사내이사 재선임 건은 이날 상정되지 않았고, 구지은 사내이사가 연임에 실패하면서 오는 3일 임기가 만료된다.
앞서 지난달 17일 열린 정기 주총에서 장녀인 구미현씨는 남편인 이영렬 전 한양대 의대 교수를 사내이사로 하는 주주제안을 가결시켰다. 반면 구지은 부회장을 비롯한 10여명의 사내이사 선임안은 모두 부결시켰고,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도 통과되지 못했다. 이날 임시주총도 당시 정기주총에서 미현 씨 부부 2명만 사내이사에 임명되면서 자본금 10억원 이상의 기업은 사내이사가 최소 3인 이상이어야 한다는 상법에 따라 남은 안건 등을 처리하기 위해 열렸다.
비상장사인 아워홈의 지분은 현재 고(故) 구자학 회장의 1남 3녀가 98%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이 38.56%, 막내인 구지은 부회장이 20.67%, 장녀인 구미현씨가 19.28%, 차녀인 구명진씨가 19.6%를 각각 소유하고 있다.
이날 주총 결과에 따라 구지은 부회장은 이사회를 떠나게 됐다. 2021년 대표이사에 오른지 3년 만이다. 이번 주총은 구지은 부회장이 경영권을 방어할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다. 실제로 이를 위해 그간 경영권보다는 자신의 재산권 행사에 관심을 보였던 구미현씨의 지분을 아워홈이 사들여 경영권 방어에 나선다는 계획을 추진하는 등 총력을 다했지만 결국 무위에 그치며 경영권을 빼앗기게 됐다.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과 장녀 구미현씨 연합이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하면서 아워홈의 매각 가능성도 커졌다. 업계에 따르면 구 전 부회장은 물밑에서 사모펀드(PEF) 운용사들과 아워홈 경영권 매각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워홈이 국내 2위 단체급식업체로 안정적 수익을 창출해온 만큼 국내외 PEF 운용사를 비롯해 국내 식품기업들이 큰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구미현씨는 2022년 구본성 전 부회장이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했을 때도 오빠와 의견을 같이하면서 동반 매각을 시도하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날 구지은 부회장의 경영권 상실에도 불구하고 법적 분쟁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앞서 세 자매는 2021년 이사 선임과 배당 제안 등에서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는 내용의 ‘공동매각합의서’ 협약을 맺었는데, 구미현씨가 오빠 편에 서면 협약을 어기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과거 법원에서는 ‘해당 협약서가 아직 유효하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협약을 깨고 의결권을 행사할 경우 위약벌을 받게 된다. 업계에서는 그 규모가 최대 1200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한다.
구지은 부회장이 경영권을 상실하면서 구 부회장 체제에서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해온 푸드테크 사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동안 구 부회장이 푸드테크 관련 투자 결정 및 업무협약 등을 진두지휘해왔기 때문에 새로운 체제에서는 이 같은 경영 기조가 유지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구지은 부회장을 이을 신임 대표이사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아워홈은 향후 이사회를 다시 열어 신임 대표이사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구미현씨가 전날 자신을 대표이사로 선임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구지은 부회장 측에게 보낸 만큼 구미현씨가 대표이사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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