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폭증으로 3년 일감 몰려 증설
구리 가격 급등…변압기 시장 호황
북미 시장은 HD현대, LS, 효성 등 국내 전력기기 기업의 '텃밭'이 되고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 인공지능(AI) 산업이 호황은 맞은데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전력망 현대화 정책 등으로 수주 '잭팟'을 터뜨릴 기회가 급증하고 있다. 변압기 시세를 엿볼 수 있는 구리 가격도 급등양상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최근 2년간 북미 지방에서 28억 달러(약 3조8670억원)를 수주했다. 지난해 1월 아메리칸일렉트릭(AEP)으로부터 1062억원 규모 배전용 패드변압기를 수주했는데, 이는 창사 이래 단일 배전 변압기 수주 가운데 최대였다. 지난해 6월엔 미 엑셀에너지와 2136억원 규모 전력변압기 공급계약을 맺기도 했다.
효성중공업은 100MVA(메가볼트암페어)급 대형변압기(LPT)는 미국 송배전 전력 90%를 전달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 설치된 LPT의 70%는 25년 연한이 도래했다. LPT 수명은 통상 30~40년 수준이다. 회사 관계자는 "주력 제품인 LPT 교체 수요가 지속해서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변압기 기업들은 이미 2026년까지 일감을 확보한 상황이다.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은 2026년 물량까지 밀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기업은 현재 2027년 납품분을 수주하고 있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부산사업장 증설 등 생산능력 늘리려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변압기 매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핵심 원자재인 구리 가격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미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따르면 최근 구리 선물(7월물)은 1파운드 당 5.106달러(약 7035원)로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변압기에서 차지하는 구리의 양은 대당 16%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1000㎏ 짜리 변압기에는 160㎏의 구리가 투입된다는 뜻이다.
일감이 밀리면서 변압기 3사는 유례없는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128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463억원)보다 178% 증가했다. 효성중공업은 562억원으로 4배가량 늘었으며, LS일렉트릭은 937억원으로 15% 확대됐다. 장기 전망도 밝다.
권덕민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 신규 전력망 인프라가 설치될 경우 신규 변압기 및 노후화된 변압기 교체 수요가 늘 수밖에 없고, 수요가 늘면 단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글로벌 AI 및 데이터센터 건설 증가에 따른 전력 수요도 늘면서 변압기 수요 증가도 장기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변압기 외 품목도 강화할 방침이다. LS일렉트릭은 기존 변전설비뿐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발전용 설비인 에너지저장장치(ESS), 전력유연송전시스템(FACTS) 등에서 사업 기회를 찾고 있다. 대용량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기존 전력계통에 접속되면 계통 전체가 불안정해질 수 있어 ESS, FACTS 등이 필요하다.
회사 관계자는 "IRA 이후 글로벌 기업 투자가 활발해진 북미 시장에서 송변전, 배전에 걸쳐 잇달아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있다"며 "친환경 재생에너지, 분산에너지 관련 배전계통 기기, 시스템 분야 사업에서도 성과를 거뒀다"고 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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