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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대안되나 싶었던 ‘잔술’…어디서 마실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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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시대 문화 맞춰 잔술 판매 허용했지만
식당·술집 점주들은 시큰둥…"수익에 도움 無"

“술값 아끼나 싶었는데, 잔술 대체 어디서 파나요?”

지난 29일 오후 10시께 서울 성북구 안암동 술집 거리에서 잔술에 관해 묻자 대학생 김지원씨(21)는 이렇게 되물었다. 김씨는 “엊그제 인스타그램에서 잔술을 판매할 수 있다는 걸 봤다”며 “안 그래도 술값이 부담돼 절약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주변엔 파는 곳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돌아본 서울 시내 술집 10여 곳 중 잔술을 판매할 계획이 있다고 답한 곳은 단 1곳도 없었다.

술을 병이 아닌 잔으로 파는 ‘잔술’ 판매가 허용됐지만, 정작 식당·술집 점주들은 위생 문제나 수지타산 등을 고려하면 굳이 잔술을 판매하고 싶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28일 주류판매업 면허취소 예외 사유에 ‘주류를 술잔 등 빈 용기에 나누어 담아 판매하는 경우’가 추가된 주류 면허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 잔술을 파는 행위를 주류의 단순 가공·조작으로 간주해 면허 취소의 예외 사유로 인정한 것이다.

고물가 대안되나 싶었던 ‘잔술’…어디서 마실 수 있나요? 29일 오후 10시께 서울 성북구 안암동의 한 술집. 한 시민이 친구의 잔에 술을 따라주고 있다.[사진=심성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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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술은 고물가 시대에 술을 입맛에 맞게 조금씩 즐기는 문화와 발맞춰 소비자의 선택지를 넓히고 버려지는 술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소주 소비자물가지수는 2021년 100.58에서 올해 4월 108.64로, 맥주는 100.17에서 112.46으로 크게 올랐다. 실제로 서울에서도 강남이나 송파 등 이른바 강남 3구에 위치한 술집이나 식당들의 경우 소주 1병을 8000~9000원에 파는 곳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소비자 지갑이 꽁꽁 얼어붙는 현상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실시한 ‘2024년 4월 소비자동향 조사’에서 4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달과 같은 100.7로 나타났는데, 물가와 금리부담 장기화로 인해 소비 여력이 둔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직장인 유모씨(25)는 “저렴하게 판매하는 곳은 몰라도 강남 같은 번화가에 가면 소주 한 병에 1만원까지 하는 곳도 있다”며 “많이 안 마시는 사람 입장에선 잔술이 괜찮은 선택지 같다”고 말했다.


다만 잔술 판매가 현장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서울 성북구 안암동의 한 술집 사장 박건우씨(25)는 “술 남기기 싫어하는 손님들은 남은 술병을 집에 가져가시기도 해 장사하는 입장에서 굳이 한잔씩 팔 이유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술을 잘 못 드시는 분들은 한 병만 시켜 놓고 자리를 계속 차지한다”며 “이런 분들이 한 잔만 시켜놓으면 가게 수익이 더 안 좋아진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술집 사장 강민주씨(56)도 “보드카나 양주와 달리 소주, 막걸리는 뚜껑을 한 번 열면 변질되고 냄새난다”며 “유통기한도 비교적 짧고, 관리한다고 해도 잘 안 될 것 같아서 그냥 병째 판매하는 게 낫다”고 전했다.


잔술 가격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요리주점 사장 김모씨는 전통주 한잔에 120~150㎖씩 판매해 왔다. 김씨는 “단가와 도수가 비교적 높은 술 위주로 한잔씩 판매하고 있다”며 “한잔에 8000~1만2000원 선인데 소주나 막걸리는 단가가 비싸지 않아서 잔술로 하는 것보다 병으로 파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의 막걸릿집 사장 이모씨(65)도 “막걸리 한 병에 4000원에도 파는데 한 잔만 주면 가격 책정하기 애매하다”며 “가게 월세도 높은데 소주나 막걸리를 한두 잔만 시키면 수익이 안 남을 것 같다”고 염려했다.



전문가들은 개정안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은 업주나 소비자 모두 낯선 상황일 것”이라며 “새롭게 허용되는 술을 블랜딩해서 판매하는 등 서비스가 발전하고 이런 수요가 높아지면 점주들이 앞다퉈 잔술을 판매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소비자 편익을 확대하는 건 바람직하지만 새로운 서비스가 제공되는 데에 요구되는 보관·관리 등 위생 환경을 잘 갖춰야 한다”고 당부했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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