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4사 올해 간편식 매출 두 자릿수 성장
고물가 이어져 올해 김밥 매출 성장률 최고
백종원 vs 김혜자 vs 이장우 도시락 각축전
전국 편의점이 '간편식의 성지'로 부상하고 있다.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편의점에서 '가성비 식사'를 해결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올해 편의점 간편식 매출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이상 급증했다. 김밥과 삼각김밥이 대표주자인 편의점 간편식도 장어 덮밥, 비트코인 도시락, 안주류까지 메뉴가 확장되면서 소비자들이 선택지도 다양해졌다.
편의점 4사 모두 올 간편식 매출 두 자릿수 성장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4사(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의 간편식 판매량은 모두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CU는 올 들어 4월까지 간편식 매출이 전년 동기간 대비 32.8%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도시락이 20.6%, 삼각김밥이 18.3%, 김밥이 22.5%가 증가했다. 고물가에 김밥이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또 조리면도 15.2%의 성장률을 기록해 전통의 강자인 샌드위치(12.7%)와 햄버거(13.6%)를 제치고 새롭게 각광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GS25의 경우 올해 1월부터 이달 27일까지 간편식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1%가 향상했다. GS25에서도 눈길을 끄는 것은 김밥과 주먹밥의 매출이 각각 42.5%와 26.4%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GS25는 일명 '김혜자 시리즈'로 탄탄한 도시락 마니아를 구축하고 있는 편의점이다. 하지만 도시락 매출이 25.4%가 늘어나는 동안 좀 더 간편하고 먹기 빠른 김밥과 주먹밥의 매출이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세븐일레븐도 올해 1월부터 이달 27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간편식 매출이 1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세븐일레븐은 배우 이장우, 셰프프 정호영 등 유명인과 함께 협업한 특색있는 도시락을 속속 내놓고 있다. 그 결과 김밥(15%)과 샌드위치·햄버거(10%) 등을 제치고 도시락 20% 매출이 상승하며 삼각김밥(20%)과 함께 가장 높은 매출 증가를 보였다.
이마트24는 올 1월부터 4월까지 간편식 매출이 20% 증가했다. 이마트24는 올해 간편식 중에서도 특히 김밥 상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1월부터 4월까지 김밥 상품군 매출은 전년 대비 31% 증가하며 간편식 상품군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고물가 시대에 2000~3000원대 가격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편의점 절대강자는 '도시락'…백종원 vs 김혜자 vs 이장우 경쟁 치열
간편식 카테고리별 매출 상승률은 편의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편의점 간편식의 절대 강자는 역시 도시락이었다.
CU의 간편식 판매 상위 상품은 '백종원 시리즈'가 점령했다. 상위 5개 상품 중 1위와 2위, 4위가 각각 '백종원 제육 한판 도시락' '백종원 백반 한판 도시락' '백종원 매콤 불고기 도시락'으로 나타났다. 2015년 선보인 '백종원 시리즈'는 '편도족(편의점 도시락족)'이라는 신조어를 만들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다. 2016년 '백종원 한판 도시락'이 전체 판매량 10위에 올랐고, 현재는 누적 판매량 4억개를 기록 중이다.
CU에 백종원이 있다면 GS25에는 배우 김혜자가 있다. '혜자로운집밥 통통쏘야불고기'는 GS25 도시락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GS25에서 김혜자의 효과는 절대적이다. 도시락 카테고리 판매량 5개 상품 중 김혜자 도시락은 4개나 이름을 올렸다. 다른 도시락 대비 판매량이 2.9배 높다. 김혜자 도시락은 2010년 출시해 '혜자롭다(가성비가 좋다)'는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인기를 얻다가 2017년 상반기 판매가 중단됐다. 이후 고객들의 요청에 따라 올해 2월 부활했다. 부활한 이후 누적 판매량이 3000만개에 달한다.
세븐일레븐은 '11찬도시락'이 간편식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찬도시락'시리즈는 5위에 '7찬도시락'이 포함되면서 순위에 두 개나 이름을 올렸다. 세븐일레븐 간편식 중 눈길을 끄는 것은 '맛장우고추장불백도시락'이 3위에 이름을 올리며 백종원·김혜자와 같이 세븐일레븐의 '간판 브랜드'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배우 이장우와 함께 기획한 '맛장우' 시리즈는 올 3월에 5종(도시락 3종, 김밥 1종·삼각김밥 1종)이 출시됐다. 출시 일주일 만에 약 35만개가 각 카테고리 판매율 1위를 기록했다. 이장우와 함께 진행한 네이버 쇼핑 라이브에서는 1시간 동안 1만6000개가 팔리며 각광받았다.
이마트24는 올해 들어 간편식 중 김밥 라인업을 강화하면서 판매 상위 5위 상품 중 '고소한참치마요김밥' '뉴참치마요삼각김밥' '뉴참치김치김밥'이 각각 1위부터 3위까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24는 올해 '튀김어묵떡볶이맛김밥' '한입가득꼬마김밥' '간장양념매운김밥' '야구장캘리포니아롤' '오삼불고기김밥' 등 차별화된 김밥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2200원 '힘내용김밥'까지 출시하면서 가성비의 영역에도 도전하고 있다.
20㎝ 돈가스·통장어덮밥·비트코인…진화하는 편의점 간편식
이처럼 간편식이 큰 인기를 끌면서 편의점들은 이색 제품을 속속 내놓으며 영역을 확대 중이다. CU는 올해 도시락 매출 중 한식 비중이 올해 69.8%로 처음 70% 아래로 떨어지자 양식·중식·일식·퓨전 도시락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쟌슨빌 시리즈' 6종으로 한식과 양식을 섞은 퓨전 형식이다.
GS25는 무려 20㎝ 이상의 '김혜자 왕돈까스'를 출시했다. 성인 얼굴 크기 수준의 돈까스가 포함되어 있으며 성인 남성 기준으로도 넘치는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치솟는 외식물가 안정과 전통의 '김혜자 이미지'를 살린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세븐일레븐은 빨라진 더위에 일식 셰프 정호영과 '카덴양념장어구이덮밥'과 '카덴냉우동' 2종을 내놨다. 특히 양념장어구이덮밥은 양념 데리야키 민물장어구이가 한 마리 통째로 올라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길쭉한 도시락 모양 용기를 사용에 먹는 재미도 살린 점이 포인트다.
'비트코인 도시락'으로 톡톡히 재미를 본 이마트24는 최근에는 안주에 집중하고 있다. 이마트24는 지난해 안주 브랜드 '요즘돼세'를 론칭하고 냉장안주류 상품을 선보였다. 지난해 6월 출시 이후 올해 4월까지 직전 동기간 대비 냉장안주류 매출이 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 관계자는 "고물가로 인해 외식 대신 편의점 간편식을 찾는 고객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며 "간편식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편의점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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