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출신 북한 전문가, 제주포럼 간담회
트럼프 2기 땐 주한미군 철수 시도 가능
"北, 美 대선까지 도발…무기 역량 개발"
미국의 대북 전문가가 '트럼프 2기'가 출범하면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을 용인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주한미군 주둔 비용에 대해 불만을 제기해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군 철수를 시도할 경우 한국의 핵무장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29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주포럼'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비공식 핵보유국으로 인정되면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론에 힘이 실리는데,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 들어설 경우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계 이민자 출신으로 미 중앙정보국(CIA) 분석관을 지내고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A) 등에서 북한 문제를 연구해온 전문가다.
테리 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는 비핵화 체제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핵무기가 확산하는 걸 방지하고자 하며, 바이든 2기가 된다면 (한국이) 핵무장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며 "트럼프 2기 땐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트럼프는 항상 일관성이 없고 예측 불가능했지만, 125번 일관되게 이야기한 건 '주한미군에 비용이 많이 들고 이걸 왜 미국이 부담해야 하냐'는 것"이라며 "트럼프 2기에선 주한미군 수를 줄이거나 철수할 수 있고, 이 경우 한국의 핵무장에 '오케이' 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같은 맥락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협상할 가능성을 묻는 말엔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테리 연구원은 "김정은이 하노이 노 딜 때 당한 창피함을 회상한다면, 바로 협상 테이블에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김정은이 도발을 하고 미사일 개발에 주력한다면, 트럼프도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대화를 아예 거부할 것이라기보단, 핵·미사일 체계를 진전시켜 협상 지렛대를 당기려 할 것이란 설명도 덧붙였다. 테리 연구원은 "바이든은 중도적 '딜'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바이든 2기 땐 모든 게 그대로일 것"이라며 "트럼프가 다시 당선된다면 협상 혹은 비협상, 2가지 시나리오가 모두 가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테리 연구원은 오는 11월 예정된 미 대선까지 북한이 도발을 거듭할 것이라고 봤다. 바이든 2기 출범 시 북·미 외교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상황을 고려해, 북한 입장에서 중요한 무기 역량을 키우려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통일' 문제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렵지만, 워싱턴에서 통일을 우선순위에 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통일을 위해서는 역내 동맹 및 전 세계 우방국과의 협력이 굉장히 중요한데, (동맹을 강조한 적 없는)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그렇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제주=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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