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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의 난 재점화' 한미약품… 송영숙 회장 이사회 해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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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측의 승리에 이어 모자간 공동경영으로 일단락되는 듯 보였던 한미약품그룹 오너가의 경영권 분쟁이 다시 점화됐다. 당장 상속세 등 필수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갈등이 다시 노출되면서 돈줄이 더 마르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모자의 난 재점화' 한미약품… 송영숙 회장 이사회 해임안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이사(왼쪽)와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사진=이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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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는 14일 오전 임시 이사회를 열고 송영숙 공동대표(한미약품그룹 회장)의 해임안을 상정했다. 이사회 결과는 이날 오후 공시될 예정이다. 임종윤·종훈 형제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를 장악한 후 송영숙·임종훈 모자 공동대표 체제를 채택하면서 가족 간 화합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임시 봉합’이었음이 이번 이사회로 확인됐다. 송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해임되면 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는 임종훈 대표 단독 체제가 된다. 기존에는 모자가 합의해야 가능했던 한미사이언스의 의사결정을 임종훈 대표 단독으로 내릴 수 있게 된다.


갈등이 다시 불거진 직접적 원인은 형제가 추진한 주요 임원 교체를 송 회장이 거부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깊은 내막에는 해결책을 찾지 못한 상속세 납부 자금 조달이 도사리고 있다. 현재 이들에게 필요한 자금은 미납 상속세 2644억원과 기존에 자금 수혈을 위해 받았던 주식담보대출 상환금액 5379억원 등 8000억원이 넘는다. 임성기 창업회장 사후 이들에게 부과된 5400억원의 상속세 문제가 계속 해결되지 못하면서 꾸준히 발목을 잡고 있다. 송영숙·임주현 모녀가 올해 초 OCI그룹과의 통합을 들고 나왔던 이유도 상속세 자금 마련이다.


하지만 OCI와의 통합에 반대한 형제가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 지지를 얻어 경영권을 장악했고, 이후 주요 사모펀드와 자금 조달을 타진하고 있다. 형제는 지분 상당 부분을 넘기는 대신 몇 년 후 자금 문제가 해결되면 가족이 다시 더 높은 가격에 지분을 재매입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 분쟁 과정에서 형제 편을 들어준 개인 최대 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도 이 과정에서 함께 지분 처리를 추진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가족 간 이해관계가 상이한 만큼 의견 분열이 이어지면서 임종훈 대표가 원활한 지분 처리를 위해 어머니 송 회장을 경영에서 축출하려고 시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모자의 난 재점화' 한미약품… 송영숙 회장 이사회 해임안

가족 간 갈등 재발은 결과적으로 자금 마련을 더욱 어렵게 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형제 측(28.4%)과 신 회장(12.4%)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은 40.8%다. 웬만한 회사라면 압도적 최대 주주로 사모펀드와 손쉽게 거래에 나설 수 있는 지분율이다.


하지만 투자업계에선 한미사이언스의 특성상 안심할 수 없는 지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한미사이언스는 불과 두 달 전 가족 중 한쪽이 일방적 지분 양도에 나섰다 거래가 무산된 회사"라며 "회사 자체는 매력적 매물이지만 경영권 분쟁이 언제든 촉발될 수 있는 시한폭탄 상황에서는 투자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형제가 일방적인 지분 매각에 나설 경우 모녀 측이 반발하면서 ‘일방적 매각’ 프레임을 내세워 세 결집에 나선다면 OCI 통합 무산 사태가 ‘공수 교대’로 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가족이 목표로 하는 액수의 자금을 조달하려면 상당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서 높은 가격에 지분을 팔아야 하는 만큼 매각가격의 수준에 대해 가족의 의견 합치가 필수적이다.



장남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이사는 송 회장을 대표에서 해임하는 방안에 일단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배경에는 이런 복잡한 사정이 깔려 있다. 주요 주주이자 회사 대표를 강제 해임한 명백한 경영권 분쟁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상당수 사모펀드는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인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어 이런 상황에서는 투자 유치가 더 어려워지게 된다. 이 때문에 이번 이사회에서 송 회장의 해임안이 부결될 가능성도 나온다. 그러나 이 경우 ‘모자의 난’에 이은 ‘형제의 난’이 촉발되는 만큼 한미약품의 앞날은 더욱 안갯속에 빠지게 된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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