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목표, 수익률 동시 달성"
모태펀드 여성기업 출자사업 중심
여성 최대주주·임원 비율 등 고려
경제 주체로서 여성의 지위가 강화되면서 투자 업계에도 새로운 변화가 찾아왔다. 자본시장에선 벤처캐피털(VC)과 자산운용사 등을 중심으로 성평등이라는 장기적 비전과 더불어 투자은행(IB)의 본질적 목표인 수익률까지 함께 달성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14일 IB업계에 따르면 벤처투자회사전자공시(DIVA)에 따르면 국내에선 총 8개 VC가 '여성 지원' 투자조합을 운용 중이다. ▲포스코기술투자 여성전문투자조합 ▲에이벤처스 W유니콘투자조합 ▲하이투자파트너스 디지비드림걸스벤처투자조합·수림여성창조기업벤처투자조합 ▲대교인베스트먼트 DKIGrowingStar5호투자조합 ▲디티앤인베스트먼트 DTNI소프트산업육성투자조합 등 9개 조합이 100억원 이상의 규모로 결성돼 투자를 진행했다.
"투자시장 소외 기업에 자금 지원, 우수 여성 인력 육성"
지난해 12월엔 에이벤처스가 만든 에이벤처스W유니콘 투자조합 2호가 국내 최대 규모(320억원)로 결성됐다. VC 투자 혹한기에도 한국모태펀드와 신한금융그룹, 우리은행, 서울시 등으로부터 출자를 받는 데 성공한 것이다. 2014년 국내 최초의 여성 VC펀드로 출범한 포스코여성전문투자조합은 총 100억원 규모로 결성돼 오는 7월 말 만기를 앞두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모태펀드 출자사업에서 여성기업 분야는 그간 투자시장에서 소외된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우수한 여성 인력을 육성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모태펀드 출자사업에 참여하는 VC는 통상 여성이 창업자이거나 최대주주인 기업, 임직원 중 여성 비율이 35~40% 이상인 기업, 남녀고용평등 우수기업, 가족친화인증 우수기업 등에 펀드 결성액의 60% 이상을 투자한다.
이 같은 움직임은 여성의 사회·경제 진출이 점차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 여성경제 활동인구는 2015년 1만1426명에서 지난해 1만2817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여성경제 활동참가율 역시 51.9%에서 55.6%로 증가 추세다.
"여성펀드, 벤처생태계 발전에 부합"
펀드 목적에 맞춰 수익률을 내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많지만, 여성펀드를 통해 성과를 내는 VC도 늘어나고 있다. 에이벤처스는 헬스케어 전문기업 원텍에 대한 투자를 1년 만에 기업공개(IPO)를 통해 엑시트(회수)했다. 멀티플(배수) 기준 4배를 넘어선 성과였고, W 유니콘 투자조합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하이투자파트너스는 반도체 소재기업 아이브이웍스 지분 일부를 매각하면서, 멀티플 기준 6배가량의 수익을 냈다. 수림여성창조기업벤처투자조합의 만기를 고려해 진행한 회수 사례였다.
여성창업자를 중심으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반열에 오른 컬리를 비롯해 국내 여성 기술창업 시도가 늘어나는 점도 VC의 투자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여성펀드를 운용 중인 한 VC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여성펀드는 인공지능(AI) 및 콘텐츠가 주목받는 시대에 트렌디하고 소프트한 영역에서 강점을 발휘할 수 있다"며 "디자인과 패션, 뷰티, 육아와 가사 등 분야뿐만 아니라 여성창업자는 새로운 시각과 꼼꼼한 관리를 통해 여러 분야에서 그간 볼 수 없던 성과를 만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본시장의 발전은 다양성에서 나온다"며 "성평등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과 스테이지, 창업자의 다양성 등이 결국 벤처생태계와 자본시장의 긍정적인 발전 방향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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