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 내부 출신 첫 女 임원 이충효 티캐스트 상무
현재 간부중 38%가 여성
유연근무제·여성휴게실 등 운영
"자녀가 육아기에 있는 직원들의 안정된 가정 생활은 결국 직장생활의 기본 바탕이 됩니다. 여성직원뿐 아니라 남성직원들도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회사가 가정의 자녀 양육을 지원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태광그룹 73년 역사상 최초 여성임원인 이충효 티캐스트 상무의 말이다. 티캐스트는 영화·예능·드라마 등 전문 케이블 채널을 운영하고 직접 콘텐츠 제작 사업을 하고 있는 태광그룹 계열사다. 이 상무는 2014년 티캐스트에 입사해 10여년간 영화채널팀, 콘텐츠사업팀 등에서 근무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동안 외부 영입을 통한 여성 임원은 여러 명 있었지만 내부 승진을 통한 임원 선임은 이 상무가 최초다.
그는 10년 사이에도 회사의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그는 "여성비율이 높은 회사임에도 7,8년 전에는 제가 유일한 여성팀장인 시기도 있었다"면서도 "지금은 팀장이상 간부 중 38%가 여성일 정도로 많이 바뀌었다. 앞으로도 성별을 떠나 리더의 자질을 갖춘 사람이 리더가 되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상무는 삼성영상사업단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해 온미디어·CJ ENM 등을 거치며 콘텐츠 기획·전략 파트에서 일했다. 그는 "직장 생활을 시작한 때가 케이블 TV 채널이 막 생긴 때였고 그 당시엔 뉴미디어였던 사업을 하며 협업하고 좌충우돌하며 성장해 왔다"며 "지상파가 방송콘텐츠의 생산을 과점하던 시기에 국내외 콘텐츠를 수급하거나 적은 제작 물량으로 채널을 운영하던 시기를 거쳤고 현재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대 속에서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콘텐츠업계에서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나의 콘텐츠를 만들고 송출하기까지 시장을 살피고 적합한 콘텐츠를 선택하고 제작하는 과정에 관련해 수많은 관계자들과의 협력과 조율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일·가정 양립제도 역시 이런 사회적 협력의 하나라는 것이다. 이 상무는 "콘텐츠업은 사람에 대한 이해, 끊임없이 주변을 관찰하는 시선에서 출발한다"며 "(일·가정 양립제도를 활용하며) 육아, 양육 등 삶의 과정을 겪으며 주변 사람들의 고민과 삶의 방식에 대해 공감하고 생각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이런 과정들이 일에 대한 열정으로 이어지고 회사의 어떤 성과와 자원으로 이어진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티캐스트는 여성직원의 비율이 60%에 이를 정도로 높다. 이 상무는 "8시, 9시, 10시 출근 등 출근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T-워크’를 시행하고 있어 어린이집을 다니는 아이를 둔 엄마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며 "지난해 사무실 리모델링하면서 여성휴게실을 만들었고 출산휴가에 이어 사용하는 육아휴직은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하는 분위기가 정착돼 아이 키우기 좋은 회사라는 평을 듣고 있다"고 설명했다.
티캐스트에는 여성휴게실 이용시 소통을 위한 캐주얼한 여성전용 채팅방을 운영하고 있다. 공식적인 업무를 떠나 가벼운 건의사항들을 자연스럽게 오픈하면서 유연한 커뮤니케이션을 유도하고 있다.
이 상무는 "현재는 일·가정 양립 제도를 활용하는 데 눈치를 주는 분들이 오히려 시대에 뒤떨어진 것 같아 보일 정도로 분위기가 바뀌었다"며 "출산·육아휴직을 다녀온 직원들이 다시 그 자리에서 일을 잘하다보니 선순환이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첫 여성임원으로서 이 상무는 여성 후배들에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고 오래 꾸준히 하는 게 나의 전문성이 된다’고 후배들이 생각했으면 좋겠다"며 "남의 평가에 매몰돼 자신의 중심을 잃지 말라고 얘기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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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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