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태로 4300억원대 미수금이 발생했던 키움증권이 최근 관련 사건 법정에서 ‘피해자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23일 법조계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이달 초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건 심리를 맡은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에 ‘피해자로 인정해 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지난해 10월 영풍제지 하한가로 발생한 미수금 4943억원 중 회수액 610억원을 제외한 4333억원을 피해액으로 제시했다. 키움증권 측 변호인은 지난 12일 공판에 참석해 "재판 절차에서 피해자로서 권리를 행사하고, 판결문에도 (키움증권이) 피해자로 명시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당초 키움증권 측은 해당 재판기록 일부에 대해 열람신청을 했으나, 피해자 등 사건 관계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그러자 이번 의견서를 통해 피해자로 인정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검찰은 현재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범들의 실·차명 재산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재판부는 "구조상 (키움증권을) 직접 피해자로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판결문에 언급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면서도 "적절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다른 증권사들과 달리 유독 키움증권의 미수금 규모가 컸다는 점에서 허술한 리스크 관리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풍제지 주가가 수상하리만큼 폭등해 다른 증권사들은 증거금률을 100%로 올려 미수거래를 차단한 반면, 키움증권은 40%로 유지하다 하한가 충격을 그대로 받았기 때문이다.
키움증권 측은 "주가조작 세력이 영풍제지 주식 유통물량의 대부분을 가지고 인위적으로 주가를 부양하는데 키움증권의 증거금 제도를 악용한 것"이라며 "가해자는 주가조작 세력이고, 키움증권은 이 사건의 피해자가 맞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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