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새 국회 이후 패스트트랙 가능성
기소청 전환·검사장 직선제 등 공약
검찰개혁 공약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운 범야권이 22대 총선에서 안정적인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서 제22대 국회 출범과 맞물려 수사·기소 분리 등 검찰을 압박하는 움직임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힘을 빼려는 야권과 이를 저지하려는 여당의 강 대 강 대치 가능성은 법조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대목이다.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범야권은 180석 이상을 확보했다.
제22대 국회의 첫 국회의장은 물론이고, 법제사법위원회 등 주요 상임위원장 선출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면서 법안·예산 처리의 주도권을 쥐게 됐다.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민주연합, 조국혁신당 의석을 포함하면 국회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인 180석을 넘어서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법조 관련 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종결도 가능해졌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절 추진한 검찰개혁 기본틀을 짰던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창당한 조국혁신당이 12명의 당선자를 배출하며 원내 제3당을 차지한 것은 주목할 부분이다. 조국혁신당을 중심으로 다시 한번 검찰개혁의 소용돌이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대목이다. 실제로 조국혁신당 비례 8번으로 당선된 황운하 의원은 당선 확정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21대 국회 때 검찰개혁이 실패했기 때문에 검찰개혁은 22대 국회에서도 미완의 과제이다"라며 "쇄빙선처럼 민주당을 이끌어서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각 당별 공약을 살펴보면 먼저 민주당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경찰국을 폐지하는 등 사실상 2022년 개정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시즌2를 주요 공약으로 발표했다. 민주당은 2022년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을 통해 검찰 직접 수사권을 대폭 축소한 바 있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수사·기소권 분리 ▲수사기관 전문성 확보 ▲수사 과정에서 당사자들의 인권 보호를 위한 수사절차법 제정 ▲검사의 기소·불기소 재량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 실질화 등 검찰개혁 추진 ▲국가경찰위원회 실질화를 통한 경찰의 민주적 통제 ▲경찰국 폐지를 통한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조국혁신당은 검찰개혁 방안을 세부적으로 구성했다. 조국혁신당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강화를 통한 검찰 권력 분산과 견제, 검사장 직선제·기소배심제도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구체적으로 검찰청을 기소청으로 전환, 검찰은 기소권을 담당하고 경찰의 수사적법성을 통제하는 기관으로 축소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검사의 직접 수사 개시권을 완전 폐지하고, 중대범죄수사청, 마약수사청, 금융범죄수사청, 경제범죄수사청 등 전문수사청을 설치하는 공약도 마련했다.
또 검사장 직선제를 도입해 검찰의 중앙집권적 피라미드 권력 구조를 해체하고 검찰권 분권화와 개혁 경쟁구조를 마련하는 고강도 검찰개혁 정책을 준비했다. 특히 조국혁신당은 수사·기소권 분리와 전문수사청 도입을 올해부터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구체적인 이행 계획까지 밝혀, 실제로 공약 추진에 나설 경우 여당과 검찰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조국혁신당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딸의 논문 대필 의혹 등에 대한 진상을 규명할 ‘한동훈 특별검사 도입법’과 ‘김건희 특검법’도 발의할 것으로 보인다. 조국 대표는 방송사 총선 출구조사 결과 확인 직후 "선거운동 과정에서 약속드렸던 것을 반드시 실천에 옮기겠다"라며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범야권이 200석을 확보하지 못한 만큼 범야권이 김건희·한동훈 특검법 등을 강행 처리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국회 재의결(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 과정에서 법안이 폐기되는 과정이 재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준석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은 공수처 폐지와 검찰의 수사지휘권 복구 등을 주요 사법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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