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글로벌 파트너'로서 양국 간 국방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데 합의했다. 무기 공동 개발·생산을 논의하는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은 물론, 중국·북한에 의한 역내 위협에 신속 대응할 수 있도록 미군과 자위대 간 지휘·통제 체제도 업그레이드한다. 대(對)중국 소통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미·일 동맹의 가장 중요한 업그레이드"
백악관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기시다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양국은 국방 안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중대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우리는 지휘·통제 구조를 현대화하고 원활하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군의 계획성 및 상호운용성을 증대시키고 있다"며 "이는 동맹이 구축된 이래 가장 중요한 업그레이드"라고 강조했다.
미·일 양국은 정상 공동성명에서 ▲미사일 공동개발과 공동 생산 등을 위한 방위산업 협력·획득·지원에 관한 포럼(DICAS)을 소집하고 ▲평시 및 유사시 상호운용성 강화 등을 위해 양국 군의 지휘·통제 체제를 업그레이드하기로 했다. 또 ▲극초음속 위협 대응을 위한 활공단계요격기(GPI) 개발 추진 방침을 재확인했다. ▲미국·일본·호주 간 미사일 방어 체제 네트워크를 처음으로 구축하고 ▲미국·일본·영국 간 정기 합동 군사훈련도 실시키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와 관련, "인공지능(AI), 자율시스템 등을 포함하는 첨단 능력에 초점을 맞춘 '필러 2'에 일본이 참여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이 모두는 다양한 역량에 걸친 우리의 군사적 협력의 새로운 지표(benchmark)"라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필러2 분야에서의 협력을 넘어 오커스에 합류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현 시점에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미·일 양국은 향후 '2+2'(양국 외교·국방장관 회의)에서 구체 사항을 논의할 예정이다. 기시다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국가안보전략에 따라 일본은 반격 능력 확보, 국방 예산 증액 등을 통해 방위력을 강화할 결심이 돼 있다는 것을 설명했다"면서 "이런 맥락에서 양국은 동맹의 억제 및 대응 능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시급성을 재확인했으며 지휘통제 프레임워크 개선을 포함해 미군과 자위대 간 상호운영성을 높이기 위한 국방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패권 야심을 노골화하고 있는 중국에 맞서 양국이 글로벌 파트너로서 협력해 대응해나간다는 방침도 확인했다. 기시다 총리는 "힘이나 위압에 의한 모든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 강력히 반대한다"면서 "동맹국인 미국과의 단단한 신뢰 관계 아래에서 중국에 대해 대국으로서 책임을 다하도록 계속 촉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를 포함한 일본에 대한 방위 공약은 흔들림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미·일 군사 협력 강화로 중국이 반발하고 나설 가능성에 대해 "일본과 우리의 동맹은 순전히 방어적 성격"이라며 "어떤 나라를 겨냥한 것이 아니며 역내 위협이 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기시다 총리도 "중국과는 전략적 호혜 관계를 포괄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것과 동시에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일·중 관계의 구축을 쌍방의 노력으로 진행해 나가겠다"면서 "계속해서 모든 레벨에서 긴밀히 의사소통하겠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양국 정상회담이 군사력을 증강 중인 중국 등을 억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미국과 일본이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긴밀한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면서 양국이 중국의 대만 침공, 러시아와 군사 협력을 강화 중인 북한의 공격적 도발 등을 우려하고 있다고 짚었다.
북한 문제엔 한·미·일 대응 강조...기시다 "고위급 대화 열려 있어"
양국 정상은 핵 미사일 도발을 이어가고 있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 미·일, 한·미·일 차원의 협력을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핵·미사일 개발을 포함해 심각하게 우려할 만한 현재 북한 정세에 대해 (회담에서) 한층 더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기로 의견 일치를 봤다"면서 "미·일과 한·미·일이 한층 더 긴밀히 협력해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조(일본과 북한) 간 성과를 내는 관계 실현은 쌍방 이익에 합치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도 크게 기여한다"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북·일 정상회담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우리는 우리의 동맹국이 북한과 대화를 시작하기 위한 기회를 환영한다"면서 "나는 일본 및 기시다 총리에 대해 믿음이 있으며 나는 그들(북한)과의 대화 모색은 좋고 긍정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일 정상회담 개최에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표한 것이다. 그는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에 열려있다면서도 북한의 인권 문제가 시급히 해결돼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날 공개된 공동성명에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재확인하는 문구도 포함됐다. 두 정상은 "우리는 한반도와 그 너머의 평화와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우주발사체의 발사를 포함해 북한의 지속적인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강력히 비난한다"면서 전제 조건 없는 외교 복귀를 촉구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을 지원하고 동북아의 평화 체제를 위협하는 북·러 간 군사협력 확대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다만 두 정상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문제를 놓고는 공개적으로 이견을 보였다. 기시다 총리는 "현재 당사자 간에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양국에 좋은 논의가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일본으로서는 미국 정부에서 법에 따라 적정하게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노동자와 약속을 지킬 것"이라면서 기존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