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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중증 알코올성 치매' 70대 상해치사 혐의 무죄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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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심신미약' 주장에도
'심신상실' 인정한 2심 확정

중증의 알코올성 치매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던 노인이 같은 병실에서 잠을 자던 환자를 이유 없이 때려 숨지게 해 재판에 넘겨졌지만 무죄를 확정받았다.


검사는 범행 당시 피고인이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지만 어느 정도의 인지능력은 있었다고 판단해 기소했지만, 법원은 전문의 감정 등을 토대로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고 봐야 하는 만큼 범죄성립의 요건인 책임능력이 없어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 '중증 알코올성 치매' 70대 상해치사 혐의 무죄 확정 서울 서초동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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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77)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심신장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검사의 상고를 기각한 이유를 밝혔다.


박씨는 2021년 8월 7일 새벽 부산 사하구의 한 병원에서 잠을 자던 다른 환자를 소화기로 여러 차례 내리쳐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알코올성 치매 등으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던 박씨는 새벽 3시30분경 병실 밖으로 나가려다 간호조무사에게 여러 차례 제지를 당하자 자신의 침상 오른쪽 침상에서 잠을 자고 있던 A씨(80·남)를 소화기로 내리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다른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사흘 뒤인 2021년 8월 10일 오후 결국 사망했다.


재판에서는 박씨의 책임능력과 관련 검사의 주장대로 범행 당시 인지능력이 부족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봐야 할지, 아니면 인지능력이 없는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고 봐야 할지가 쟁점이 됐다.


범죄가 성립하가 위해서는 행위자가 법규범의 의미와 내용을 이해해서 법규범의 명령이나 금지를 인식할 수 있는 통찰능력(사물변별능력)과 그에 따라 행위할 수 있는 조종능력(의사결정능력), 즉 책임능력이 인정돼야 한다.


형법은 이 같은 책임능력과 관련 형법 제10조(심신장애인) 1항에서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 심신상실 상태에서 행한 행위는 처벌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같은 조 2항은 '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라며 심신미약 상태를 임의적 감경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사물변별능력이 행위자의 지적인 능력이라면, 의사결정능력은 행위자의 의지적 능력으로 볼 수 있다. 우리 형법은 이 두 가지 능력 중 어느 하나가 없는 경우 심신상실자로 인정해 처벌할 수 없도록 정했고, 두 가지 능력 중 어느 하나가 미약한 심신미약자의 경우 형을 감경하도록 정하고 있다. 즉 심신미약자는 책임능력이 있지만, 정상인보다 그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사람이다.


1심 법원은 박씨의 범행 당시 상태를 심신상실 상태로 판단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검사의 치료감호 청구도 기각했다.


재판부는 박씨의 치료 전력과 전문의의 감정 등을 토대로 이 같은 판단에 이르렀다.


박씨는 2004년 12월경부터 '알코올사용에 의한 정신 및 행동 장애(의존성증후군)'로 치료를 받기 시작했고, 2008년 6월 '알콜성 치매' 진단을 받은 후 2020년 3월까지 6차례나 입원치료를 받았다. 그는 2018년 7월 외상성 경막하 출혈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는데, 뇌수술 이후 치매 증상이 더욱 심해져 2020년 8월 3일부터 사건이 발생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사건 발생일로부터 약 한달 뒤인 2021년 9월 1일부터 9월 19일까지 박씨를 입원시켜 정신감정을 진행한 대한의사협회 의료감정원 의사는 박씨의 치매 및 인지기능 장애 정도에 대해 '지남력(장소, 시간, 사람 등을 인식하는 능력), 기억력, 판단력 등 전반적인 인지기능 저하로 인해 일상생활 유지에 있어 주변인의 도움이 상당히 필요한 중증의 인지장애'로 평가했다.


또 박씨의 범행 당시 의사능력에 대해 '현재 피감정인은 심각한 언어능력의 손상으로 타인의 언어를 이해하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의사소통에 심한 장애가 있을 뿐 아니라 지남력, 기억력, 판단력, 추리능력, 수리력 등 인지기능 전반에 걸친 손상으로 인해 논리적 판단력을 상실한 상태로 심신상실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2021년 8월 7일 당시 전반적 퇴하척도가 최소한 5 이상으로 추정되며 이는 임상적으로 이미 일상생활의 판단이나 문제해결이 불가능한 환자를 정의하는 것이므로 당시에도 심신상실 상태로 추측이 가능하다"는 감정 결과를 내놨다. 또 다른 감정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박씨가 사건 발생 엿새 뒤인 2021년 8월 13일 진행된 경찰의 피의자신문에서 자신의 이름과 거주지, 주민등록번호 등은 답하면서도 범행 동기나 경위, 당시 상황 등을 기억하지 못하고 범행이나 조사 상황을 전혀 인지하지 못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던 점도 재판부의 판단에 참작이 됐다. 또 의사능력 등 문제로 박씨가 첫 재판에 출석하지 못했지만, 치료감호법 규정에 따라 피고인이 없는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됐던 점도 고려가 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시 알코올성 치매로 인해 인지기능이 현저히 저하돼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상실된 상태에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라며 "따라서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진 것으로서 형법 제10조 1항에 의해 벌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검사의 치료감호 청구에 대해서는 "치료감호처분이 심신장애인의 보호와 치료를 주된 목적으로 하지만 당사자를 치료감호시설에 강제로 수용하는 자유박탈적 성격을 갖고 있으므로, 심신장애인이 치료감호시설 외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비례의 원칙에 따라 치료감호의 필요성을 더욱 엄격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라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치료감호청구인에게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거나 치료감호시설에서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검사는 항소했지만 2심 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 역시 1심 법원의 판단을 유지한 2심 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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