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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방상팬 덕에 9년간 사과 냉해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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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 '상호농원'
2015년 방상팬 설치후 냉해피해 '제로'
인근 내포농원은 미세살수장치로 냉해 예방

[르포]"방상팬 덕에 9년간 사과 냉해 없었어요" 4일 오전 찾은 예산의 상호농원. 1.4㏊ 규모의 과수원에 총 8대의 방상팬이 설치돼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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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냉해 피해를 본 뒤 다음 해 바로 방상팬을 설치했죠. 이후 9년간 냉해 피해를 보지 않았습니다. 지난해에도 방상팬 덕을 톡톡히 봤습니다."


4일 오전 충남 예산에 위치한 사과 과수원인 상호농원을 찾았다. 사과나무에는 연녹색의 꽃봉오리가 자라고 있었다.


35년간 사과 농사를 짓고 있는 박철신 상호농원 대표는 "약 보름 뒤인 오는 20일께 사과꽃이 만개할 것 같다"며 "지금이 냉해 피해 여부를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1.4㏊ 규모의 사과 과수원에는 총 8대의 방상팬이 설치돼 있다. 2014년에 본 냉해 피해에 생산량이 급격히 줄자 박 대표는 다음 해 방상팬을 설치했다. 이후 상호농원은 지난해까지 9년간 냉해 피해를 입지 않았다.


방상팬은 지상 7~8m 위에 설치된 일종의 대형 선풍기다. 기온이 2~3℃ 이하로 내려가면 작동되는데 봄철에는 기온이 낮은 새벽 3~4시 정도에 가동돼 오전 9시 이전에 멈춘다. 상대적으로 온도가 높은 상층부의 공기를 아래로 불어내려 과수원의 기온 저하를 막는 식이다. 이를 통해 서리가 꽃봉오리에 내려앉거나 얼음이 맺히는 것을 강한 바람으로 날려 준다. 총 8대의 방상팬이 과수원의 공기를 순환시켜 냉해 피해를 줄여준다. 이날 오전 수동으로 방상팬을 가동하자 약 20m 떨어진 곳까지 바람이 느껴졌다.


[르포]"방상팬 덕에 9년간 사과 냉해 없었어요" 4일 오전 박철신 상호농원 대표가 기자들에게 사과 생육을 설명하고 있다.(사진= 공동취재단)

박 대표는 "냉해를 입어 꽃이 제대로 피지 못하면 가지가 과도하게 웃자라게 돼 그다음 해에도 피해를 입게 된다"며 "냉해 탓에 2년간 농사를 망치게 되면 농가가 입는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상팬이 냉해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중요한 설비지만 전국적인 보급률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설치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예산군의 1230개 사과 농가 중 방상팬을 설치한 농가는 20여곳에 불과하다.


예산군 관계자는 "지난해 한 사과 농가는 냉해와 병해충 탓에 생산량이 60% 정도 줄어드는 등 예산 사과 농가도 피해가 컸다"며 "방상팬이 냉해 예방효과가 크지만, 설치 비용이 부담이 커 농가에선 아직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과수원 1㏊당 방상팬 설치비용은 약 2000만원으로 국비와 지방비 지원을 받아도 1000만원을 농가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열풍기로 데운 공기를 방상팬으로 불어내는 열풍 방상팬은 설치비가 500만원 더 비싸다.


이에 정부는 지난 2일 '과수산업 경쟁력 제고 대책'을 통해 2022년 기준 전체 재배면적의 1.1%에 불과한 방상팬과 미세살수장치, 비가림 등 냉해 예방시설 보급률을 2030년까지 30%까지 끌어올리기로 한 상태다.


인근에 있는 내포농원은 미세살수장치로 냉해 피해를 예방하고 있었다. 미세살수장치는 스프링클러로 물을 나무에 뿌려 물이 얼음으로 변할 때 나오는 숨은 열을 이용해 나무 조직의 온도가 내려가는 것을 막아준다. 이날 과수원에서 만난 임춘근 대표는 "기온이 내려갔을 때 13℃의 지하수를 사과나무에 뿌리면 꽃 표면은 얼지만, 안에는 0℃를 유지해 냉해 피해를 막을 수 있다"며 "또 여름철 폭염 시에는 미세살수장치를 통해 온도를 낮추고 강한 햇빛으로부터 잎과 열매를 햇빛 데임(일소)으로부터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르포]"방상팬 덕에 9년간 사과 냉해 없었어요" 4일 오전 찾은 내포농원에서 작업자가 일을 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내포농원은 5년 전부터 최신 사과 재배 방식인 '다축묘 재배'를 시도하고 있는 과수원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사과나무는 주간(주줄기)을 똑바로 세운 원뿔형으로 재배하지만, 이와 달리 다축재배는 하나의 대목에 2개 이상의 원줄기(축)를 수직으로 배치해 키우는 방식이다. 나무의 축이 늘어난 만큼 키가 작아지고 잔가지 길이도 짧아져 일종의 벽 형태로 나무를 키울 수 있다. 임 대표는 "나무 벽 형태로 키우기 때문에 나무 사이에 공간이 넓어져 기계화가 쉽고 약제 살포도 용이해진다"며 "실제 다축재배를 통해 착과량이 3배 늘었고, 가지나 사과끼리 부딪혀 품질이 떨어지는 파과율도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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