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이 중국에 장비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막기 위해 내주 네덜란드를 찾는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기 위해 동맹국까지 동원, 압박에 나서는 것이다.
주요 외신은 4일(현지시간) 앨런 에스테베스 미 상무부 산업안보차관이 오는 8일 네덜란드 정부 당국자 및 ASML 관계자를 만나 이러한 서비스 계약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에스테베스 차관은 미국 정부의 수출통제 정책을 총괄하는 산업안보국(BIS)의 책임자다.
네덜란드는 이미 미국의 압박에 따라 ASML 등 자국 기업의 대중국 반도체장비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이에 더해 미국은 ASML이 기존 장비에 대한 유지, 보수 서비스까지 제공하지 못하도록 요구 중이다. 에스테베스 차관은 지난주 수출통제회의에서 "우리는 동맹국과 협력해 무엇이 서비스에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매출 기준으로 ASML의 2위 시장이다. 이에 따라 기존 장비에 대한 유지, 보수 서비스까지 막힐 경우 중국으로선 특히 고통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이 매체는 짚었다. 이와 함께 바이든 행정부는 네덜란드 장비를 수출하지 못하는 중국 반도체 제조공장 명단을 확대하려 할 수도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외신은 "이번 회담은 중국의 최첨단 칩 생산능력을 제한하기 위한 미국의 노력에 동맹국들이 동참하도록 설득하기 위한 바이든 행정부의 최신 조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네덜란드 외교부는 에스테베스 차관의 방문 계획을 확인하면서도 어떤 의제를 논의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외교부는 "네덜란드는 항상 파트너들과 좋은 논의를 하고 있다"면서 "월요일(8일) 예정된 당국자들의 만남은 그런 대화의 한 사례다"라고 말했다.
반면 워싱턴 주재 중국 대사관은 미국이 과도한 국가안보 기준에 따라 다른 나라들까지 중국을 상대로 한 기술 봉쇄에 동참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전화 회담에서 첨단 반도체를 포함한 특정 기술을 차단하는 미국의 행보가 중국의 정당한 발전을 막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부당한 무역 및 투자 제한은 하지 않는다"면서도 국가안보 차원의 첨단기술 수출통제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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