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증거 인멸 염려 있어"… 4차례 조사 거부 영장 발부 영향
‘수사 정보’ 대가 檢 수사관 접대, 허 회장 관여 여부 규명 방침
검찰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에게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불이익을 줄 것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신병 확보에 성공했다. SPC그룹의 전방위 부당노동행위 의혹의 정점인 허 회장이 구속되면서, 검찰 수사는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5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를 받는 허 회장에 대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허 회장이 검찰 조사를 4차례나 거부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허 회장은 지난달부터 이달 1일까지 총 4차례 피의자 신분 소환 통보에 불응하고,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병원에 입원하는 등 사실상 의도적으로 검찰 조사를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허 회장이 조사를 거부하면서 지연됐던 수사는 허 회장의 구속과 동시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최장 20일간 허 회장의 신병을 확보, SPC그룹의 전방위 부당노동행위에 허 회장이 개입했는지를 확인할 계획이다. 또 부당노동행위 혐의 외에도 허 회장이 SPC 백모 전무(구속기소)가 검찰수사관으로부터 압수영장 청구사실 및 내부 검토보고서 등 각종 수사 정보를 제공받고 그 대가로 수백만원의 향응 등을 제공하는 과정에 관여했는지도 규명할 방침이다.
허 회장은 2019년 7월∼2022년 8월 SPC 자회사인 PB파트너즈에서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들을 상대로 탈퇴를 종용하고 승진 인사에서 불이익을 준 혐의를 받는다.
아울러 사측에 친화적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식품노련 PB파트너즈 노동조합의 조합원 확보를 지원하고, 해당 노조위원장 A씨에게 사측 입장에 부합하는 인터뷰나 성명서 발표를 하게 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앞서 구속기소한 황재복 SPC 대표이사 등 임원진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민주노총 파리바게뜨지회가 허 회장의 자택 앞에서 시위를 벌이자 허 회장이 해당 노조 와해를 지시했고 이후 진행 상황도 보고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황 대표의 공소장에 황 대표의 지시로 민주노총 조합원이 없는 ‘클린 사업장’을 만들라는 목표를 각 지역 사업장에 전달해 본격적인 노조 탈퇴 종용이 시작됐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황 대표가 허 회장의 지시를 받고 실무진에게 노조 탈퇴 강요 작업을 전달했고, 이후 진행 상황까지 허 회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보고 있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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