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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홍콩ELS, 자율배상 합의하고 빨리 끝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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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홍콩ELS, 자율배상 합의하고 빨리 끝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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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에 따른 분쟁은 정말 창피한 일이다.


은행들은 2019년에 이미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사모펀드 사태를 겪었으면서 이번에 또다시 불완전판매로 비난받고 있다. 금융상품이 고객에게 적합한지, 고객이 상품을 제대로 이해했는지를 따지지 않고 수수료 수익만을 위해 금융상품을 마구 팔아댄 결과다. 고객들이 영업과 수익의 기반인데 이들을 저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약탈적 금융'이라는 말이 나온 지 10여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그런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투자자들은 일부 억울한 사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상당수는 ELS에 여러 번 투자해 이익을 봤거나 ELS의 손실 가능성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투자자 자기 책임 원칙'이 있는 것인데, 이런 대규모 손실 사태가 벌어질 때마다 편승해 “나는 몰랐다”며 거리에 나서는 것도 볼썽사납다. ELS의 손실 가능성을 정말 몰랐다고 한다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Low Risk Low Return)'이라는 금융의 기본 상식조차 갖추지 못한 무지몽매함이나 다름없다. 예금보다 금리가 훨씬 높은데 리스크가 똑같을 리가 없지 않나.


양비론(兩非論)이라고 뭐라 할지라도 이번엔 양쪽 다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11일 홍콩H지수 ELS 관련 분쟁조정 기준안을 발표하고 금융사들이 자율배상하도록 압박했다. 판매 잔액 기준 계좌가 총 40만개에 달하는데, 이 모두가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나 소송으로 가게 되면 사회경제적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당초에는 “고객이 가입할 때 아무 문제가 없도록 동의 서류를 다 받아놨으니 소송으로 가면 은행이 이길 가능성이 크다” “감독 당국의 분쟁조정안에 일률적으로 따르면 배임 소지가 있다” 등 논리로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잇따라 이사회를 개최하고 금감원의 분쟁조정 기준안에 따라 자율배상하기로 결정했다.


반면 일부 투자자들은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금감원과 은행들 본관 앞에서 집회도 열었다. 지난달 29일 열린 ELS 가입자 모임 4차 집회에서는 “100% 배상하라” “전액 배상이 아닌 자율조정안은 거부한다” 등 발언이 잇따랐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양정숙 개혁신당 의원은 “이번 배상안은 2019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 당시 배상안보다도 더 후퇴했다”며 그 이상의 배상을 요구했다.


ELS 가입자 모임은 총선 유세 기간에 각 지역 후보자 유세장에서 개별적으로 성토하고, 4월10일 이후 5차 집회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표를 의식하는 정치인들에 호소하고, 집회로 계속 사회이슈화 시키면서 정치적 해결을 촉구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합리적인 상식으로 생각해볼 때 금융당국은 할만한 걸 다 했다. 금감원이 대표 사례 분쟁조정위원회를 열지는 모르겠으나, 이미 분쟁조정 기준안을 발표하고 은행권이 이를 수용한 마당에 불필요한 일이다. 투자자들이 그래도 반발한다면 개별적으로 소송을 하면 된다.


'떼를 쓰면 더 많이 배상받을 수 있다'는 헛된 생각을 버렸으면 좋겠다. 정치인들도 부화뇌동하지 않길 바란다.



이번 ELS 사태처럼 창피한 일은 빨리 끝났으면 한다. 그리고 앞으로 은행들은 이런 일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도록 해달라.




정재형 경제금융 부장 jj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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